시진핑, 권력 '이상기류'?

입력 2013-11-07 21:18
수정 2013-11-08 03:56
측근 기용 막히고 '3중전회 개혁안' 놓고 부처 갈등

시 측근 주도한 383방안
상무부·인민일보, 연이은 비판
정파간 권력암투 수면위 부상


[ 노경목 기자 ] “‘개혁 떡고물(改革紅利)’을 얻으려는 투기세력이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유포하고 있다.”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온 중국 정부 내에서 주요 정책 방향을 놓고 이례적인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다. 내각에 해당하는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가 내놓은 ‘383방안’을 상무부 직속 연구소가 최근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383방안은 시진핑 국가 주석(사진)의 경제 브레인으로 알려진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9일 개막하는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에서 결정될 정책 내용을 둘러싸고 권력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 개혁 촉진과 토지 매매 허용 등을 골자로 한 383방안은 ‘중국개혁’이라는 잡지가 지난달 초 류허와 리웨이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주임의 기고문을 실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단순한 연구 보고서로 평가됐지만 3중전회에서 실행될 핵심 내용이 담겼다고 국내외 매체들이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증시에서는 383방안이 실현되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토지 매매가 가능해지면 이익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에 토지 보유량 상위 29개 종목 중 23개가 올랐다.

이에 규제를 관할하고 있는 상무부가 나섰다. 상무부는 산하 연구원 공식발표를 통해 “정책을 한쪽으로 몰고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 383방안이 마치 결정된 사안인 양 퍼뜨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인민일보도 “383방안의 일부 내용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에 383방안을 주도한 리웨이는 “383방안은 발전연구센터가 연구한 여러 주제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실제로 어떤 내용이 정책화될지는 3중전회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진핑의 중학교 동창으로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류허가 내놓은 개혁안이 정부 안에서 공격을 받으면서 시진핑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BBC는 시진핑이 자신의 책사인 허이팅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을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에 앉히지 못하는 등 보수파에 밀려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측근인 장여우샤 총장비 부장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하려는 시도도 전임 지도부의 압력에 밀려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지도부의 개혁 방향을 놓고 정부 내에서 굉장히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