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증시 '신입생' 2년차 징크스…적자 속출

입력 2013-11-07 21:04
수정 2013-11-08 04:33
사조씨푸드·CJ헬로비전 등 2012년 상장 28곳 중 18곳 영업익↓
6곳은 아예 적자로 돌아서

"수익성 끌어올린 뒤 상장한 탓"…디지탈옵틱·나노스는 매출 2배로


[ 오상헌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7일 오후 2시20분

증권시장에 새로 입성하는 ‘새내기주’들은 대개 상장을 2~3주 앞둔 시점에 기자간담회를 연다. 새내기주에 쏠리는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성장성과 안정성을 겸비했으니 마음 놓고 투자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대표들은 한결같이 “사업이 궤도에 오른 만큼 내년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거나 “공모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장담한다.

과연 새내기주 대표들이 투자자들에게 건넨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7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상장한 28개 기업의 올 상반기 실적을 점검한 결과 18개 업체의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 따로, 실적 따로

대다수 새내기주들의 실적 그래프는 상장하기 전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상장과 함께 꺾였다. 메지온(옛 동아팜텍)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맥스로텍 디젠스 우리로광통신 CS엘쏠라 등 6곳은 상장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상장 직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 10~15%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호언했던 맥스로텍의 경우 작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224억원→112억원)과 영업이익(29억원→-5000만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상장을 통해 글로벌 100대 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던 디젠스도 매출(564억원→436억원)과 영업이익(42억원→-8억원)이 뒷걸음질쳤다. 맥스로텍과 디젠스의 주가(7일 종가기준)는 각각 5830원과 1610원으로 공모가보다 16%와 10% 하락했다.

적자는 면했지만 이익 규모가 급감한 새내기주들도 많다.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코이즈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4억5000만원)은 작년 상반기(46억원)의 ‘10분의 1 토막’이 됐고, 같은 기간 아바텍의 영업이익 역시 74억원에서 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덩치가 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CJ헬로비전과 사조씨푸드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각각 32%와 70% 감소했다. 사조씨푸드는 공모가(1만600원) 대비 주가(4890원)도 ‘반토막’이 됐다.

증권업계에선 새내기주들의 ‘상장 이듬해 실적’이 악화되는 이유로 해당 산업의 성장성 둔화와 함께 ‘공모가 뻥튀기’를 꼽는다. 상장 예정기업들이 공모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상장 직전 시점의 이익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익을 많이 내야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고, 공모가가 높아야 회사에 새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부 상장 예정 기업들은 높은 공모가를 받기 위해 여러 시점에 분산해서 넣어야 할 각종 수익을 상장 직전에 몰아넣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률을 끌어올린다”며 “이 경우 상장 후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종이 호황이면 상장 후에도 잘나가

‘상장 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킨 새내기주도 있다. 주로 ‘잘나가는’ 업종에 몸담고 있으면서 남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렌즈 업체들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7월 상장한 디지탈옵틱은 스마트폰 시장 활황에 힘입어 올 상반기 매출(781억원)과 영업이익(114억원)이 작년 상반기 매출(300억원)과 영업이익(3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또 다른 카레라 모듈 제조업체인 나노스도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가량 늘었다. 디지탈옵틱과 나노스의 주가는 작년 공모가보다 각각 65%와 108% 올랐다.

지난해 증시에 데뷔한 비아트론과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경우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매출 대비 이익률은 오히려 좋아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예정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과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채 기업 대표가 내건 ‘장밋빛 전망’만 믿어선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청약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이 앞으로도 잘 나갈 걸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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