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한·일 갈등
한국 "대법 판결 지켜볼 것"
[ 도쿄=안재석 기자 ]
게이단렌 등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세 단체가 6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노동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경색된 한·일 관계와 앞으로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강제 징용 노동자를 포함한 대일 청구권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논리는 단순하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된 사안이며 개인 배상 책임도 청구권 자금을 받아간 한국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손해 배상에 응하면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일본 재계 입장에서는 자국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양국 경제계에 미칠 파장이다. 경색된 외교관계와 악화된 여론에 휘둘릴 경우 두 나라 기업 모두에 손해가 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기업의 규모를 고려할 때 배상금을 지급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지만 (분위기상) 양국 외교관계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일본 재계가 한국 법원의 판결에는 반대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와 사업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양국 정부와 경제계가 협력해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다.
이미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는 올 들어 40% 가까이 줄었다는 게 대표적인 논거다. 그러나 투자 감소와 한·일 외교 관계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011년 일어난 대지진으로 작년에 일본의 한국 투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 올해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청구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교부는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제 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작년 5월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강제 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본격화했다. 올 7월엔 서울 및 부산고법에서 두 회사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광주지법이 별도의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에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 앞으로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될 수도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