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2금융권 규제를 대폭 강화할 움직임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원을 포괄적으로 차단하는 동양사태 재발방지책을 마련 중이다. 야권은 금융 연좌제까지 포함한 금산법 개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기세다. 지난 6월 국회에서 논란 끝에 보류된 2금융권 금산분리가 더 강력한 형태로 추진되는 셈이다.
물론 명분이 없지 않다. 동양 기업어음(CP)에 투자한 4만명이 약 2조원의 피해를 보게 된 터다. 하지만 동양사태는 2금융권의 일반적인 문제가 아니다. 종금·증권을 겸업한 동양증권의 특성, 금융당국의 허술한 제도와 감독 부실이 빚은 특수한 금융사고다. 금융위원회는 2005년 동양증권에 신탁업을 인가해줬고,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에선 계열사 CP 취급 금지, 계열사 CP 편입시 10% 초과 금지 등 안전장치를 제거했다. 풀지 말아야 할 규제까지 풀고 감시는 소홀히 해 동양의 CP 돌려막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금융회사의 대주주 사금고화를 막자는 데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동양사태는 계열사 CP 취급만 금지하고 감시했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다. 이를 빌미로 2금융권 전체에 대해 대주주를 심사해 결격사유가 있으면 자격을 박탈하고, 친척이 잘못해도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는 연좌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교통사고가 났으니 도로를 폐쇄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산분리 관련 법안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2금융권마저 주인 없는 금융으로 전락해 관치금융이 불보듯 확산될 것이다. 금융전업그룹 같은 출구도 잠근 채 금산분리 규제만 강화한다면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들의 경영권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대주주 도덕성, 금융회사 건전성이란 명분을 앞세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를 맹목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한국 금융의 발전은 이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