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일 내한공연하는 베를린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
예술의전당서 슈만·스트라빈스키·브루크너曲 등 선사
[ 이승우 기자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걸작으로 이번 공연을 구성했다.”
오는 11,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하는 베를린필의 지휘자 겸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사진)은 5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공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를린필은 11일 슈만 교향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들려줄 예정이다. 다음날에는 프랑스 현대작곡가인 피에르 불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청중과 만난다.
래틀은 “베를린필은 박물관이 되지 않기로 했다”며 “이는 오래된 음악만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번 한 곡쯤은 관객들에게 낯설지만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베를린필이 가져온 ‘비장의 무기’는 불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이다. 불레즈는 1950년대 작곡한 12개의 피아노곡 시리즈 ‘노타시옹’을 1990년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새로 작곡했다. 래틀은 “피아노곡을 무성 흑백영화에 비유한다면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은 ‘아바타’ 같은 3차원(3D) 입체영화로 순식간에 진화한 것이어서 컬러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은 모든 단원을 위해 각기 다른 악보가 준비돼 있는데 그 악보를 쌓아 놓으면 다섯 살 된 내 딸의 키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레즈에게 “이 모든 부분을 들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곡을 만들었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불레즈는 나무 이미지를 떠올려 대답했다. “나무를 떠올려봐. 나무의 나뭇잎 하나하나가 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린 거기에 촘촘히 나뭇잎이 있다는 걸 알잖아. 바로 그런 거야.”
올해로 초연 100주년을 맞은 ‘봄의 제전’에 대해선 “아직도 발로 차고 밀고 반항하는 10대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이를 먹지 않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1913년 5월 파리에서 이 곡이 초연됐을 때 파격적인 곡 진행 탓에 관객들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래틀은 “이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관객을 죽음에 이르도록 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을 갖는 것과 같다는 농담을 우리끼리 주고받곤 한다”며 “여전히 진보적이고 놀랍고 독특한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래틀 못지않게 이번 공연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악장 다이신 가지모토다. 그는 악장으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동시에 협연자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클래식계의 퍼스트레이디…부인 코제나도 함께 방한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필과 함께 ‘클래식계의 퍼스트레이디’도 한국을 찾는다. 래틀의 부인이자 세계적 메조소프라노인 막달레나 코제나(40·사진)는 오는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리바테 무지케 앙상블과 함께 첫 독주회를 연다.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난 코제나는 1995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도이치그라모폰 전속으로 활동해 왔다. 코제나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로 손꼽히는 몬테베르디 딘디아 카치니 등 초기 바로크 작곡가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함께 내한하는 프리바테 무지케는 6개의 현악기, 타악기로 이뤄진 앙상블이다.
래틀과 코제나는 2003년 영국 글라인드본에서 모차르트의 작품 ‘이도메네오’를 공연하면서 처음 만났다. 코제나는 당시 카스트라토(여성의 음역을 내기 위해 거세한 가수) 배역인 이다만테를 맡아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2004년 래틀은 두 번째 부인인 미국인 작가 캔디스 앨런을 떠나 코제나와 동거를 시작했다. 코제나도 프랑스의 바리톤 뱅상 르 텍시에와 헤어진 뒤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코제나는 래틀과 함께 다양한 음반도 녹음했다. 2006년 발매한 모차르트 아리아집은 ‘가장 아름다운 여성 아리아’란 평을 받았다. 2011년에는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필의 말러 교향곡 2번에 솔로이스트로 참여했고 지난해 발매된 베를린필의 ‘카르멘’ 음반에선 청초한 카르멘을 표현해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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