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본격적인 계열사 사업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 조정은 분할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건물관리 사업을 에스원에 4800억원에 양도하고,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따로 떼어내 오는 12월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1조5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회사 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사업 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3남매 모인 삼성에버랜드 개편…분할승계 ‘신호탄’
삼성에버랜드의 식자재 유통 및 급식사업 물적 분할은 지주회사의 위용을 갖추기 위한 사전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으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3남매가 계열분리를 통해 삼성그룹을 분할 승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도 각각 8.37%를 갖고 있다. 분할 승계가 이뤄질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이부진 사장은 중화학 계열사를, 이서현 부사장은 패션 등 계열사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비슷한 사업 형태를 가진 계열사간 합병을 꾀하고 있다. 지난 9월27일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 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S와 삼성SNS에는 이 부회장 지분이 많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8.81%, 삼성SNS 지분 45.69%를 보유 중이다.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7월 말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해 건설 부문을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삼성물산의 지분은 2.3%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율적으로 경영을 지속하면서 삼성그룹의 자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故) 이병철 회장이 자녀들에게 전자와 유통, 식품, 제지부문을 각각 분할해 승계했듯이 이건희 회장도 분할 승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한 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 연말 예정된 삼성그룹 인사가 향후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주목해야 할 종목은?
삼성에버랜드는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3남매가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 3남매의 지분 가치가 높아져야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에 유리하다.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이 회사 지분 17%를 가지고 있는 KCC와 5%를 가지고 있는 삼성카드의 수혜가 예상된다.
또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회사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도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삼성그룹 계열사를 나눠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의 중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두 회사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3세 경영의 신뢰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신수종 사업에서 2차전지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 3세 경영인들이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있는 제일모직, 제일기획 등의 기업가치 상승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호텔신라도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대기업 집단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이 5%로 축소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신라에 대한 지분 매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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