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②]전단지의 화려한 변신 '요기요'…"배달 경쟁의 선두주자"

입력 2013-11-05 09:28
"스마트폰 터치 5번이면 맛있는 치킨이 식탁에 배달됩니다. 전화를 하지 않고도 주문이 가능하단 얘기는 저도 처음에 와닿지 않았어요."

최근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배달 앱 '요기요'는 남다른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전화통화란 마지막 단계의 불편함을 없앴기 때문이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이 차이는 큰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고객이 음식점과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를 할 때까지 궁금함이 없도록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체들과도 수익분배 구조가 좀더 명확해진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나제원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는 준비된 CEO(최고경영자)다. 그가 수 많은 배달 앱 중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고, 도전하고 있는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딜리버리 히어로' 한국판, '요기요' 런칭

"전화를 하지 않고도 주문이 가능하단 얘기는 저도 처음에 와닿지 않았어요.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한지 의문이 들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모든 음식점 전단지를 모아놔야 하고, 상세 메뉴와 관련 정보, 결제 시스템까지 완벽히 구축해야 하더라고요. 화면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단 게 혁신적이지 않습니까"

요기요는 국내 일반 '스타트업(신생 벤처회사)'과는 다르다. 독일 벤쳐 인큐베이터 업체인 '팀유럽'의 투자를 받아 만들어졌다. 팀유럽은 창업 이전 단계부터 함께하며 자금은 물론 인력, 마케팅을 지원한다. 지난해 5월 팀유럽은 '딜리버리 히어로'라는 배달 전문회사를 한국에서 서비스 하기로 결정하고, 경영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루돌프 에브너 정 대표가 '딜리버리 히어로' 한국판인 '요기요'를 런칭키로 하고, 나 대표를 영입했다. 나 대표는 2008년부터 2년 간 맥킨지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BA) 과정을 마치고, 2010년 6월 소셜커머스 업체인 '슈거딜'을 설립했다. 2011년 4월 '위메이크프라이스'에 슈거딜을 매각한 후 함께 일했지만, 새로운 도전 의식이 막 싹트고 있었다.

"첫 회사로 맥킨지를 택한 것도 창업에 대한 꿈 때문이었습니다. 각 회사 대표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면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그런데 위메프에서는 좀처럼 힘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슈거딜을 같이 창업했던 박은상 씨는 지금 위메프 대표가 될 정도로 힘이 넘쳤는데 말이죠. 저는 회사를 처음부터 키우고, 직원 한명 한명을 제 손으로 뽑고, 고객 가치를 같이 만들어 가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이었어요"

그는 사업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글로벌 12번째 지사인 '요기요'를 만들었다. 루돌프 정 대표가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하면서 2012년 10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요기요를 글로벌 13개 지사 중 주문건수 3위가 될 수 있도록 키워냈다.

◆ "통화할 필요 없어요"…간단하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

요기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음식점에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배달부터 주문, 결제까지 5번 정도 클릭하면 끝난다.

실제 결제건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기요는 음식점 업체들로부터 광고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는 음식점의 광고를 상위에 노출하거나, 추천업체 선정 등으로 돈을 버는 타 배달앱과도 차별화 되는 요소다.

"모 배달 앱의 경우는 광고비를 많이 낼 수록 광고 리스트 상단에 노출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명시하고 있어요. 보통 정보만 검색되기 때문에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지, 실질 이용자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기요는 실제 주문까지 연결돼 이용 만족도가 높고, 매출 규모가 큰 음식점 순위를 나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총 거래액의 10~20% 의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 대표는 또 다른 핵심 성공요인으로 '클린 리뷰' 정책을 지목했다.

"보통 배달 앱들은 아무나 리뷰를 남길 수 있게 해놓습니다. 이 경우 리뷰가 쌓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정보도 풍부해 보이죠. 그러나 경쟁사 간 리뷰 다툼이 일어나기 쉽고, 간혹 좋은 리뷰만 쓰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거짓 리뷰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기요는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 만 리뷰를 남길 수 있게 해놨습니다. 리뷰가 쌓이는 속도는 느리지만 신뢰 높은 정보가 쌓일 수 있는 것이죠."

요기요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배달 가능한 음식점 약 2만개가 등록돼 있다.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한 건수는 210만건을 훌쩍 넘었다. 배달업체로 연결되는 주문 건수는 올해 들어 매달 평균 25%씩 가파르게 늘고 있다.

◆ 공격적인 마케팅…40억 투자 추가 유치

전국 10만개 이상 배달 가능한 업소가 있음을 감안하면, 요기요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그러나 나 대표는 서비스 편의성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8 대 2 법칙'이 있듯 요기요에 전국 10만개 배달 업소를 모두 등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80%가 20%를 먹여 살리듯, 각 지역에서 이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맛있는 식당들만 확보해도 되거든요. 대략 등록업체 3만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때문에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주문부터 결제까지 서비스를 더 빠르고 간편하고 쉽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기요는 업계에서는 최초로 TV 광고를 비롯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희 부사장이 마케팅을 총괄하며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아시아·오세아니아) 출신으로 마케팅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다.

딜리버리 히어로 본사 소속인 크리스토프 마이어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도 요기요에 남아 있기로 했다. 그는 한국지사 설립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컨설턴트 자격으로 파견을 왔으나,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믿고 잔류를 결정했다.

요기요는 딜리버리 히어로에서 지난해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 9월 40억원의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10억에 이른다.

나 대표는 "배달은 전국 3000만명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라며 "아직까지 대부분 배달은 오프라인 영역에 있지만, 온라인에서도 큰 규모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분야라 도전의식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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