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 압력 변수"
[ 서정환 기자 ]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 일본을 추월할 전망이다. 한국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흑자가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엔저를 축으로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역풍’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룬 경상수지 추월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3일 한국은행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1~8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42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415억3000만달러)보다 7억달러 많다. 연중 누계 기준으로 한국이 일본을 앞선 것은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의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한국이 적자를 낼 때도 일본은 거의 흑자를 기록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일본의 흑자 규모(1593억6000만달러)가 무려 한국(32억달러)의 50배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1년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 2039억2000만달러에서 2011년 1190억6000만달러로 반토막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04억달러로 감소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에너지 수입이 대폭 늘어난 데다 일본 경제의 주역이던 전기전자 업체들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올 들어 가속화된 엔저가 지표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경상수지의 달러 환산액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2.7% 떨어졌다.
반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은 2010년 293억9000만달러에서 2011년 260억7000만달러, 지난해 431억4000만달러로 급증했다. 대일 무역적자에도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다른 지역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지난달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전체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630억달러(한은 전망)에 달해 일본 601억달러(일본총합연구소)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9월까지 2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석유류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수출이 호조세를 보여 전망치 달성이 무난하다는 관측이다.
반면 일본은 남은 기간 경상수지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겨울철 난방 수요로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폭도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라 향후 원화 절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엔저가 다시 가속화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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