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호 기자 ]
동원그룹은 동원참치와 양반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매출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원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동원은 2008년 10월 세계 최대 참치 회사인 미국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를 뿐만 아니라 미국과 남미의 180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단숨에 미국과 남미 시장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동원은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후 공정을 개선해 원가 부담을 낮추고 제품을 고급화해 수익성을 높였다. 스타키스트는 김재철 동원 회장이 원양어선 선장이었던 1960년대 초 참치 원어를 이 회사의 사모아 공장에 납품한 인연이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지난 8월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 설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참치 가공공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에는 세네갈 국영 수산기업 SNCDS를 인수해 아프리카 참치캔 시장에 진출했다. 동원은 SNCDS 인수 후 SCASA라는 새 법인을 설립했다. SCASA는 올 상반기부터 수산물 통조림을 생산하고 있다. SCASA는 연간 5만t의 참치를 가공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동원은 SCASA를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과 중동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한 결과 동원그룹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9.8%에서 2012년 47.5%로 높아졌다.
종합식품 계열사인 동원F&B는 양반김과 동원참치를 앞세워 해외로 나가고 있다. 동원F&B는 1989년 일본에 양반김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러시아 태국 등으로 판로를 넓혀 지금은 15개국에 양반김을 수출하고 있다. ‘양반 시 베지스’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진출한 양반김은 미국 최대 식품 소매기업인 크로거 매장에서 지난 1분기 아시아 식품 중 네 번째로 많이 팔렸다.
동원F&B는 이달부터 중국에서 동원참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동원F&B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분석해 광둥식 쓰촨식 우샹식 등 세 가지의 ‘중화풍 참치캔’을 개발했다. 광둥식 참치는 단맛이 강조된 불고기맛이 특징이고 쓰촨식 참치는 매운 맛이 난다. 우샹식 참치는 중국 전통의 다섯 가지 향신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 밖에 라이트스탠더드 참치, 야채참치, 샐러드참치 등을 중국 주요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판매한다.
동원F&B는 중국 시장 연 매출을 2018년까지 5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윤현 동원F&B 해외사업부장은 “양반김과 천지인 홍삼도 중국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나라에 한국 식품을 알려 ‘글로벌 동원’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