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10월의 마지막날이다. 이맘때면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한 ‘잊혀진 계절’이라는 곡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필자는 직장인 건강검진이 집중되고 연말이 가까워지는 이 시기가 되면 주변 지인들에게 ‘잊혀진 건강 챙기기’를 당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대개 직장인 건강검진을 통해 기본적인 검사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본인의 연령과 성별, 가족력, 생활패턴 등을 고려해 적절한 추가검진을 실시할 것을 권한다. 잦은 음주와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운동부족, 비만, 피로누적 등을 호소하는 40대를 넘긴 남성이라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건강검진을 통해 본인의 건강을 살펴볼 것을 강조한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에게 간 건강 체크는 필수다. 국내 40대 이상 남성의 간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간염 및 간질환은 40대 사망 원인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40~50대 암 사망 원인 1위 역시 간암이다.
간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B형간염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국내 간암환자의 70~80%가 만성 B형간염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를 요한다. 그러므로 검진을 통해 B형간염 감염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간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간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만 40세는 국가에서 정한 생애전환기로, 건강검진 시 일반검진 외에 추가로 간염검사(B형간염 표면항원·항체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면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바이러스 활성화 정도를 살피고 의사와 적절한 치료 및 관리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B형간염은 의사의 권고에 따라 꾸준히 항바이러스 치료를 이행하면 추후 심각한 간 합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임상시험뿐 아니라 실제 치료 환경에서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우수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낮은 내성발현율, 안전성 등을 입증받은 치료제가 있어 만성 B형간염 환자들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와 한국간재단 등도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간질환 인식과 예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로, 간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개강좌, 간염 무료검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옛말에 40세, 불혹(不惑)의 나이가 되면 ‘쉽게 미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의외로 건강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것에도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식품의 무분별한 섭취나 환자의 자의적 치료 중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질환을 잘 관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의료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다. B형간염도 마찬가지다. 일단 치료제 복용을 시작하면 꾸준히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 시즌이다. 매해 진행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지 말고 건강한 삶을 위한 소중한 시간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조성원 < 아주대병원 간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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