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영 정치부 기자 gychu@hankyung.com
[ 추가영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의 김영주 야당 간사는 지난 29일 민주당 비상국회 운영본부회의에서 “우리가 국정감사에서 어느 의원이 어느 증인을 부르자고 신청했는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로비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본지 29일자 A5면에 실린 ‘증인 신청한 의원 숨기는 비겁한 국감’이란 제목의 기사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특정 증인을 신청한 의원을 공개하면,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채택되는 일을 막으려는 해당 기업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들에게 로비창구를 알려주는 격이라는 얘기다. 대관 업무란 기업에서 입법·행정·사법기관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일을 말한다.
김 의원의 발언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국감 증인을 신청한 의원 명단을 공개하기만 하면 로비에 휘말리게 될 정도로 국회의원들이 로비에 취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오히려 증인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이유를 추적해 불법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증인 신청·변경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증인별 신청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한 로비가 근절될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당 기업은 어느 의원이 총수나 CEO를 증인으로 부르려는지 파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겁한 국감’ 제하의 기사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개별 의원들이 어떤 증인을 불러 얼마나 심도 있는 질문을 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명단 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국회법에는 신청 의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다. 공개 여부를 위원회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명단을 공개한 한 상임위원회의 여당 간사는 “비공개 관련 규정이 없으면 공개가 원칙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미 의결된 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증인을 신청한 의원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채택기준을 명백히 하는 것이 ‘마구잡이 증인 채택’, ‘기업감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추가영 정치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