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이과 융합 백지화, 자사고 학생선발권 사실상 인정
시안 발표부터 최종안 확정까지… 두달 동안 "좋다 말았네"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다음 달부터 서울·경기지역 외국어고 입시가 시작되는데요. 외고 진학을 대비해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지원을 앞두고 꼭 참고해야 할 교육정책이 최근 연달아 발표됐습니다.
'2017학년도 대입제도'(24일)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28일) 확정 발표가 그것입니다. 2017학년도 대입은 먼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되므로, 외고 입시를 앞둔 중3 수험생에게 직접 영향을 끼칩니다. 일반고 강화방안 역시 교육 당국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자사고 입시정책이 논란이 됨에 따라 특목고 입시에 영향을 줬습니다.
이들 최종안은 모두 지난 8월 시안이 발표됐는데, 특히 교육계의 핫이슈가 됐던 대목은 '문·이과 융합'과 '(평준화지역)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였습니다.
입시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결국 '외고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수능에서 문·이과를 융합하면 수학 난이도가 지금보다 낮게 출제되고, 의대 등 자연계 진학에서도 문·이과 구분에 따른 걸림돌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사고의 학생선발이 추첨방식으로 바뀌어 일반고와 차이가 없어지면 우수학생의 특목고 쏠림 현상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죠.
그러나 최근 며칠 새 잇따라 확정 발표된 최종안에선 이 내용들이 모두 백지화됐습니다.
교육부는 문·이과 융합안 시행이 시기상조란 판단 아래 현행 골격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 역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감안해 '1단계 1.5배수 추첨 후 2단계 면접'이란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사실상 자사고의 선발권을 인정한 것입니다.
오히려 일반고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외고에 대해선 시안대로 '특목고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주기적 점검 및 지도·감독을 실시하고, 입학전형에 대한 정기적 감사를 추진한다' '외고·국제고에서의 이과반, 의대준비반 운영 등 교육과정을 부당하게 운영하는 경우 (외고·국제고의) 지정을 취소할 방침이다' 등의 제재 강화 내용을 확정했습니다.
물론 시안 발표 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안에서 변화된 내용을 발표하는 것까지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안에서 공개된 '장밋빛 전망'을 토대로 외고 입시를 준비하다 정부 방침 변화로 피해를 입는 수험생·학부모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일반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겨우 두 달여 만에 내용이 180도 바뀔 것이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겠죠. 정부가 발표 시기를 좀 더 앞당겨 수험생을 배려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지 못한 것도 교육 수요자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지역 외고 교사는 "외고 입시는 (자사고와 달리) 지원자의 중학교 영어내신 성적만으로 평가하고, 면접에도 시교육청 인사가 참여해 학교의 재량이 전혀 없다"며 "이번 교육정책 발표로 외고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외고 지원 수험생들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고 외고에 대한 제재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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