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즈맘 이미나 기자 ] 김은정 씨(가명.40)는 지난주 3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을 찾았다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했다.
잠깐 물건을 계산하는 눈깜짝할 사이에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
김씨는 소위 말하는 '눈앞이 하얘진다'는 게 바로 이런 순간이구나 싶었다.
정신없이 주위에 물어보고 백방으로 돌아다녔으나 아이의 흔적은 없었다. 한 점원이 가방 구경을 하고 있던 아이를 봤지만 당연히 보호자가 아이곁에 있는 걸로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다고 말해줬다. '혼자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다치기라도 하는건 아닌지 누가 의도적으로 데려간 것은 아닌지 구름다리를 건너 옆 마트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별별 생각이 김 씨의 머리속을 스쳐갔다.
"주위 점원들에게 아이를 잃어버렸을때 안내방송을 어디다 해야하는지 물었어요. 근데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안내데스크로 바로 뛰어가는게 낫겠다 싶었어요."
1층 안내데스크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김은정 씨는 단정한 망또를 쓰고 미소를 짓고 있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어디서 안내방송을 하면 되나요?" 눈물을 흘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런데 안내데스크 직원은 너무도 침착하고 흐트러지지 않은 태도로 "아~ 고객님 아이를 잃어버렸단 말씀이십니까?"라면서 "아이가 입고 있는 상의는 무슨색이었습니까?" 차분히 물었다.
"직원분은 분명 교육받은대로 '다나까' 말투로 공손하고도 예의바르게 응대하고 있었는데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이런게 진정한 서비스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의 입장에서 대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스카프를 사려면 몇층으로 가야하죠?'라고 물은 사람에게 대하듯이 아이 잃어버린 부모를 대하고 있었어요."
안내방송을 하는 것도 기가막히긴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음악소리는 줄이든가 꺼놓고 방송을 해야 들릴까말까 한 작은 소리였는데 음악은 음악대로 나오고 있고 어떤 안내방송인지 들리지 않았다.
"아이를 찾는다는 안내방송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울고 있던 아이를 한 점원이 보안실에 데려다 줘서 거기서도 '노란 티셔츠 입은 아이의 부모를 찾는다'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주위 점원들에게 '보안실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역시 보안실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없었죠. 다시 1층 안내데스크로 뛰어내려가서보안실의 위치를 물었고 안내방송을 듣고 10분이 지나서야 아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제가 너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걸 본 아주머니 점원분이 '그래도 방송이 나왔다는건 아이를 찾았다는 거 아니냐. 너무 걱정하지말라'고 안심시켜줘서 그제서야 정신을 찾을 수 있었어요. 보안실에 있던 아이는 울다 점원의 옷에 구토까지 하고 기진맥진한 상태더군요."
김씨는 아이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지만 너무나 사무적인 안내데스크의 응대 및 일원화되지 않은 허술한 백화점내 미아관리에 대한 놀랐다고 전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람과 아이를 발견한 사람이 양쪽에서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던 것.
김씨는 아이가 울면서 구토까지 했는데 다 젖은 옷으로 끝까지 아이를 안고 보호해준 점원에게 뒤늦게 인사라도 전하고 싶어 신상을 물었으나 누군지 끝내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녁에 퇴근해서 온 남편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낮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했어요. 아이를 찾지 못했다면 지금 어떤 상태일까 생각하니 아찔하더라구요. 앞으로는 외출시 아이를 우선적으로 챙길 생각이에요."
실종아동전문기관은 아이를 잃어버렸을 땐 '전진증후군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문득 눈앞에 부모님이 보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멈춰 있지 않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행동패턴을 보인다.
이를 모르고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잃어버린 경우 흔히, 내 아이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이와 엇갈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내 손을 놓쳐 버린 우리 아이가 당황한 나머지 모든 지침들을 잊고 앞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 ‘전진증후군'을 떠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