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핫피플' 올해 노벨상 수상자, 한국 방문 사연 알고보니

입력 2013-10-29 13:34
수정 2013-10-29 14:48
워셸 교수, 스케줄 확정 뒤 노벨상 수상… "약속 지켰다"


[ 김봉구 기자 ] 2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 전세계 학계가 주목하는 '핫피플'이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 아리에 워셸(Arieh Warshel) 남가주대 교수(73·사진)가 그 주인공.

워셸 교수는 이달 9일 마틴 카플러스, 마이클 레빗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방한해 고려대에서 열리는 'Molecular Frontiers Symposium 2013(MFS2013)'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 가운데 처음 한국을 찾은 인물인 만큼 관심이 쏠렸다. 최근 국내 학계나 교육계에서 노벨상급 해외 석학을 초청하는 사례는 왕왕 있지만, 그해 노벨상 수상자를 곧바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워낙 수상자의 일정이 바쁜 탓이다.

이번에 워셸 교수가 곧바로 방한할 수 있었던 것은 수상이 확정되기 전 이미 MFS2013 참석 스케줄이 확정됐기 때문.

덕분에 그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워셸 교수는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다년간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정말 기뻤다"며 직접 수상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유년기를 술회하며 "원래 노벨상은커녕 과학자가 뭔지도 잘 모르던 아이였다"라고 허물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워셸 교수가 수상 유력후보군 중 한 명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사전에 참석 확정된 상황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수상 직후 초청했다면 일정 잡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바빠 행사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워셸 교수가 약속을 지켜줬다"고 덧붙였다.

당초 워셸 교수는 29일 '복잡기관계와 프로세스의 다중척도 모델링'을 주제로 강연하는 일정만 있었으나 그의 전격 방한에 관심이 높아지자 전날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마동훈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은 "워셸 교수가 특별히 시간을 내줘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28~29일 고려대 캠퍼스에서 '12인의 사이언스 히어로와 함께하는 미래과학콘서트'란 부제로 열린 MFS2013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와 노벨상급 해외 석학들이 참석해 차세대 과학자가 될 고교생 700여 명과 소통·교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워셸 교수의 수상으로 참석 노벨상 수상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노벨상 수여기관인 스웨덴 왕립과학원과 산하 분자과학연구재단(MFF) 등이 고려대와 공동으로 MFS2013을 개최했다. 워셸 교수를 비롯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과학자 에이다 요나스(200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리차드 로버츠(1993년)·앤드류 파이어(2006년) 교수도 강연자로 나서 과학영재들과 만났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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