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시 가치평가 논란 예상,240억 토지와 운영권이 자산의 전부
발전소 착공후 투자비 감안시 STX에너지 매각가와 비슷한 수준
이 기사는 10월24일(06:0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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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27일까지 국내 기업과 동양파워 지분 75%를 3500억원 수준에 매각하는 것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지분 100%로 환산하면 매각가는 대략 4600억원 수준이다. 동양파워의 모기업인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행 신세를 지게 되면서 동양파워는 이제 M&A(인수·합병) 시장의 공개 매물로 나오게 됐다.
어떤 기업이 살 지도 관심거리이지만 IB(투자은행) 업계에선 동양파워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할 지도 매매 당사자들 간 첨예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부가 240억원 가량의 화력발전소 부지가 자산의 전부인 동양파워를 5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주고 살 기업이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다.
◆운영권 프리미엄이 수천억?
동양파워는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돈이 되는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삼척화력발전 사업 운영권을 가진 동양파워의 최대주주는 동양시멘트(55.02%)다. 이밖에 동양레저와 ㈜동양이 각각 24.99%,19.99%를 보유하고 있다. 3개 회사 모두 법정관리 인가를 받은 탓에 동양파워는 법원 주도 하에 공개 매각에 부쳐질 예정이다.
다른 기업과 매각과 달리 동양파워는 가치를 산정하기가 난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직 발전소 착공도 하지 않은 상태로 정확히 말하면 삼척화력발전소 운영권이 매각 대상인 셈이다. 동양파워는 지난해 법인을 신설한 터라 공개된 재무제표조차 없다. 정확한 재무 현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작년 2월 이후 공시 자료를 분석해보면 유일한 자산은 지난해 9월 동양시멘트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덕분에 얻게 된 247억원 규모의 발전소 부지가 전부다.
㈜동양이 10억원을 출자해 법인 설립을 했다가 동양시멘트가 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 주주는 동양시멘트(95.37%)로 변경된다. 이후 올해 5월 ㈜동양과 동양레저가 각각 96억원, 135억원을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 방식으로 투자, 현재 지분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외 법인 설립 후 주요 현금 흐름은 동양파이낸셜대부 등 계열사로부터 수억원 단위로 단기 자금을 끌어쓴 게 전부다. 동양시멘트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물로 받은 땅 외에 차입금과 올해 증자를 통해 들어 온 자금은 삼척화력발전소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과정에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략 150억원 정도를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자금 외 발전소 건설에도 비용 소요
동양파워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비교 대상이 될 만한 곳은 STX에너지 정도다. 열병합발전소(집단에너지사업), 석유 유통(주유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이 회사의 자산은 올해 반기 말 기준 1조5965억원이다. 지난해 1조1724억원 매출에 90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분 96.35% 기준으로 매각 예상가는 8000억원대가 거론되고 있다. 동양파워와 비교하면 2배도 채 안 되는 가격이다.
STX에너지와 비교하면 동양파워는 이익을 내기 위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동양파워의 새 주인은 운영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산 뒤에 삼척 땅에 화력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500MW급 두 개를 지을 예정인데 전력업계 관계자는 “대략 1조3000억~1조5000억원 정도의 건설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력 발전소의 완공 시기는 대략 4~5년이다. 원자력 발전소(6년)보다는 짧지만 최소 4년 동안엔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일 수 밖에 없다.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의 70% 가량을 조달하고, 새 경영진은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총 공사비를 1조500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자본금 마련에만 4500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양파워가 중부발전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동양파워의 새 주인은 최소 2000억원의 자금을 들여야 한다.
현재현 회장의 국감 증언대로 동양파워를 인수하려던 기업이 3500억원에 ‘사인’ 직전까지 갔었다면 실제로는 인수 가격에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투자금을 합해 최소 6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앞으로 최소 4~5년 뒤에나 현금이 들어오고, 그 사이에 수천억원의 돈을 투자할 기업이 과연 있었을까, 이것이 IB업계에서 나오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동양그룹이 따 낸 삼척화력발전소 운영권의 프리미엄을 얼마로 평가할 것이냐가 매각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화력발전소를 지으려면 주민 동의가 최대 관건이고, 용수와 항구, 송전선로의 확보 여부도 중요하다”며 “발전소 부지는 장부가격만으로 가치를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지어 놓기만 하면 한전이 20~30년간 전기를 사주기 때문에 이익이 안정적으로 난다는 점도 장점이다. 동양그룹이 삼척화력발전소의 가치를 1조원대로 호언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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