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엊그제 “지금까지 드러난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과 관권선거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고 주장한 것은 특히나 당사자로서는 적절한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는 또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누가 봐도 대선결과를 부정하는 비정상적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다른 정치인이 그런 말을 해도 말려야 할 사람이 바로 패배의 당사자였던 문 의원 본인 아니던가.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은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진 게 없다.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이 다르고 여야는 모두 각자 편한 대로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전체 선거 관련 댓글의 0.02%에 불과한 댓글이나 트윗을 놓고 결과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수혜자 운운하는 것은 실로 쓴맛을 남기는 오염된 언어다. 더구나 국민 중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을 자연스런 반(反)종북 활동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고 이는 법원에서 다투어야 할 문제다. 문 의원은 그동안 정치권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NLL 문제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하물며 대선 불복 논란까지 끌고가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실로 개탄스런 사태 전개다.
“대선 때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청와대나 새누리당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치졸한 말싸움만 벌이기에 앞서 정치를 이런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린 여당의 책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마땅하다. 새누리당 내에서 “진상을 규명한 다음 책임질 게 있다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중견그룹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경제에는 비상벨이 울리는 중이다. 부총리는 국회에서 발이 묶인 102개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정치투쟁에 국민들은 참담하다 못해 자괴감을 느낄 정도다. 언제까지 이런 저질 정쟁을 지켜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