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건설현장 막노동꾼서 전국 58개 매장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
伊 화산석 이용한 화덕으로 맛 차별화 성공…창업 1년 만에 화덕치킨 1위 꿰차
서울 가락동 시장 인근엔 국내 치킨 업계 1위 BBQ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부산 사나이' 하병욱 화르화르 대표(35)는 20대 후반 서울로 올라와 이 업계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래서 첫 사무실도 BBQ 본사 간판이 보이는 가락동에 열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화덕치킨 업계 1위(매장 수 기준) 자리를 꿰찬 하 대표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 길거리에서 꼬치를 팔고 지인과 함께 커피숍도 운영했어요. 군대 제대 후 그동안 모은 돈을 가지고 보쌈집, 중화요리집 등도 경영하는 등 20대의 대부분을 장사꾼으로 보냈습니다."
부산 토박이 하 대표가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유명 커피전문점 때문이었다. 부산대학교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유명 프랜차이즈와 커피전문점들이 대학가를 점령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스타벅스 레드망고 같은 유명 업체들이 대학가에 들어오면서 공부하고 배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공부가 필요했어요. 프랜차이즈 사업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거죠. 그때가 28세였습니다. 집도,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맨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갓 브랜드를 론칭하는 신생 회사에 입사해 프랜차이즈의 A부터 Z까지 배운 거예요."
프랜차이즈 공부를 하면서 하 대표가 깨달은 건 두 가지였다. 첫째는 유행을 쫓지 말자는 것. 둘째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킬러 콘텐츠를 갖는 것이었다. 사계절 내내 수요가 있고 트렌드가 쉽게 변하지 않는 치킨업종을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미 엄청난 수의 업체가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어요. 회사가 고객들에게 어떠한 맛을 선보일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되는 시장입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배우면서 내내 고민한 것이 바로 '어떤 경쟁력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것인가'였어요. 그래서 결정한 게 화덕치킨이었고요."
그러나 지난해 하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때쯤엔 화덕치킨을 주메뉴로 내세운 경쟁 업체들이 약 20여군데나 존재했다.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그가 택한 건 오리지널 화덕의 맛을 내는 것. 하 대표는 이 맛을 내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직접 고가의 화덕을 들여왔다. 기존에 국내에서 사용하던 화덕은 제빵용 화덕으로 치킨을 굽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무늬만 화덕이 아닌 '진짜' 화덕으로 치킨을 구워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미 외국에선 화덕으로 조리한 음식이 최고급으로 통하거든요. 이탈리아 화산석을 사용하는 화덕을 독점으로 수입했어요. 화덕을 이용하면 닭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열이 가해지기 때문에 맛을 차별화시킬 수 있었어요. 삼겹살을 센 불에 구워야 맛있는 것처럼 치킨도 비슷한 원리인 겁니다."
20개 안팎의 화덕치킨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르화르가 론칭 1년 만에 가장 많은 매장 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차별화된 맛 때문이라고 하 대표는 전했다. 그는 현재 58개인 매장 수를 3년 안에 500개까지 확장해 확고한 화덕치킨 1위 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20대 청년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가 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에 따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끊임 없이 노력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조직에 들어가서 월급을 받는 것과는 달리 창업을 하면 쉬는 날도 마음 편히 자는 날도 거의 없어요. 창업을 통해 쉽게 큰 돈을 벌고자 생각한다면 오산인 거죠.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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