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티아라에게 지난 1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그 일’이 있은 후 티아라는 해외 활동에 주력했다. 앨범 발표보다는 콘서트 무대에 올라 지난 히트곡을 불렀고, 올 여름에는 새 유닛 티아라엔포를 결성, 데뷔 후 최초로 미국 시장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10월 중순, 1년 만에 국내에 새 미니앨범 ‘넘버나인’을 발표한 티아라는 ‘그 일’이 있은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대대적인 만남을 가졌다. 일렬로 줄지어 들어온 티아라는 공손하게 인사한 뒤 착석했고, 기자와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눈을 맞추며 그간 숨겨둔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티아라는 생각보다 수다스럽고 씩씩했다. 민감한 질문이 나와도 소속사의 제지나 멤버들의 곤란한 기색은 없었다. 의외의 분위기에 마음이 편해졌고, 처음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활짝 열었다. “컴백 전 걱정을 많이 했죠. 저희를 반가워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겁도 나고요. 하지만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 용기를 많이 주셨기에 신인처럼 긴장되는 마음으로 다시 컴백했어요. 20일 ‘인기가요’ 1위 후보에 올랐는데 사실 꼭 1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여러분들이 전처럼 우리 노래를 조금이라도 많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은정)컴백을 앞두고 코어 김광수 대표도 초심으로 돌아가 티아라와 함께 긴장했다. ‘믿고 따라오라’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 대신 뮤직비디오 편집 작업으로 긴 밤을 지새우는 열정을 보였다. 소연에 따르면 흡사 첫 앨범 ‘거짓말’ 준비할 때와 같았다. “사장님이 이번에는 저희 의견도 많이 들어주셨어요. 예전에 한참 사랑받을 땐 자신감이 넘치는 분이었거든요. 우린 그 자신감을 믿고 따랐던 거고요. 이번엔 모두들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효민)차분하고 똑부러지는 말투로 대화를 이어가던 티아라는 새 앨범, 해외 활동, 1위 공약 등 음악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 다시 왕따 논란으로 화제가 전환되자 급격히 불안한 시선을 보였다. 애써 웃어도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댓글 보고 너무 크게 상처를 받아서 아예 안 보기도 했는데 그 안에도 도움이 되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정말 노골적으로 나쁜 말들은 신경을 안 쓰게 되요” (보람)“부모님이 병을 얻을 정도로 많이 괴로워하셨어요. 저희도 물론 같은 심정이었고요. 복잡했지만 분명 저희를 지켜주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했어요” (소연)
부모님 이야기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은정은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고, 그렇게 말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처세가 잘못됐던 것 같다”며 “친구 사이에 화를 풀어주려고 해도 여러 번 노력하는데 하물며 대중을 상대로 마음을 얻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넘버나인’ 활동은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게 당연했어요. 1위도, 대중의 사랑도. 하지만 그건 운이 좋았던 거였어요. 우리를 찾아주는 분들과 응원 소리가 현저히 줄었다는 걸 체감하면서 그저 ‘몇 개’ 정도로 치부했던 스케줄이 모두 우리를 찾아주는 고마운 시선이라는 걸 알았죠.그 일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예요” (은정)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함께 눈물을 쏟은 효민은 “나도 누군가에게 험한 말을 할 때는 잘 몰랐다. 지나고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해 알게 됐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농담 섞인 이야기가 오고 갈 때도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한 효민은 다른 멤버들이 이야기하는 도중 화장실에 달려가 얼굴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막내 지연도 ‘옆 사람에게 한 마디씩 해 달라’는 간단한 주문에 무너졌다. 동생의 눈물을 본 은정이 “빨리 내 칭찬 해줘”라고 닦달하듯 애교를 부려도 쉽게진정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참 후에야 겨우 말문을 연 지연은 “언니에게 고마운 게 너무 많다. 해외 나가면 항상 같은 방을 쓰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처럼 챙겨준다. 청소도 혼자 다 해놓고...”라며 “나머지는 카톡으로 할게”라고 말했다. 웃으며 시작한 인터뷰가 눈물바람으로 끝나고 나서야 이들의 지난 1년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하고 고된 시간이었음을 실감했다. 해체하라고 외치는 네티즌들에 맞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말마따나 ‘의지’가 아닌 ‘도리’였다는 것도 어렴풋이 짐작했다.1년 3개월이 지났다. 티아라는 또 한번 출발선에 섰다. ‘준비, 시작’ 단계는 컴백과 동시에 지나왔으니, 이제는 숨차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일만 남았다. 분명한 건 그들의 진심이 무엇이든 원하는 반응을 얻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뿐이다. (사진제공: 코어콘텐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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