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콜이 많아야 하는 까닭은…

입력 2013-10-24 06:58
Auto Times의 확대경


자동차 리콜이 만들어진 계기는 1960년대 등장한 쉐보레의 코베어(Corvair)였다고 한다. 툭하면 발생하는 엔진 결함에 불안함을 느낀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소비자보호 운동에 매진했던 변호사 랄프 네더가 코베어를 빗댄 책을 펴내 인기를 얻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자동차 안전법을 제정해 통일된 기준을 적용했다.

법이 만들어진 후 리콜이 처음 적용된 차종은 1970년 포드가 북미에 투입한 소형차 핀토(Pinto)였다. 출시를 앞두고 연료탱크 결함이 발견됐지만 포드는 이를 감추었고, 결국 문제가 발견돼 양산차 최초로 리콜이 적용됐다.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또는 제조사의 리콜은 일상화됐다.

사실 리콜은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다. 하지만 일단 리콜이 결정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품질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반면 자동차회사는 문제를 숨기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가급적 리콜하지 않아야 품질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다. 리콜을 솔직하게 인정하면 ‘솔직함’을 높이 사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밖에 만들지 못했느냐’는 질책이 쏟아진다. 그래서 더욱 공개적인 리콜을 꺼리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국내 판매 단일 차종 리콜 1위로 SM5가 발표됐다. 그러자 르노삼성은 곧바로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리콜 1위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리콜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리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자 한때 정부도 자동차 리콜은 제품력 우열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제조사의 노력임을 강조하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 머리에 자리 잡은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몇 해 전 북미에서 도요타 리콜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리콜 여부가 아니라 문제를 감춘 행위에 대한 비난이었다. 소비자 질책이 두려워 숨겼지만 결국 곤욕을 치르고 말았다. 만약 구렁이 담 넘듯 조용히 지나갔다면 소비자는 이유도 모른 채 여전히 문제를 직접 책임지고 있었을 게다.

리콜은 계속 증가할 뿐 결코 줄지 않는다. 자동차 전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신차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은 한정돼 있지만 타는 사람은 도로 여건과 기후, 운전습관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완벽한 자동차는 없는 법이고, 리콜은 끝없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가격을 떠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떠나 모든 제조사가 겪어야 하는 과제인 셈이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긍정적 리콜(positive recall)’이다. 리콜에 대한 시각을 바꿔 제조사의 사후조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하자는 움직임이다. 어쨌든 혜택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솝우화에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해가 나그네 외투를 벗기기 위해 힘겨루기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차가운 바람이 세게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꽁꽁 부여잡고 견디지만 뜨거운 해가 비치자 더위를 못 이겨 외투를 벗는다는 내용이다. 긍정적 리콜이 확산될수록 사소한 것조차 스스로 리콜하겠다며 나설 기업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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