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경제예측모델 창시, 2차 대전 뒤 美경제붐 예측…
1970년대 한국 정부 자문역…김중수 한은총재 유학시절 스승
경기예측 공로로 노벨경제학상
‘계량경제모델 분석의 거두’ 로렌스 클라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가 20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93세.
미국 언론은 22일 클라인 교수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개발한 경제분석 모델(와튼 모델)이 국민총생산(GNP), 수출, 투자, 소비, 정부 정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등을 예측하기 위한 도구로,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소, 대기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클라인 교수는 UC버클리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옮겨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영국 옥스퍼드대 강사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있으면서 계량경제학 연구에 집중했다. 2009년 세상을 뜬 ‘현대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 MIT 석좌교수가 그의 스승이었다.
클라인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의 경제호황을 예측했고 세계 경제 흐름을 분석·예측하는 계량경제 모델을 개발, 미국 경제학계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2차 대전 뒤 미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와 달리 수학 공식에 따른 계량경제 모델을 활용해 소비재와 주택 수요 폭발로 경제가 번창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적중했다. 198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도 이 공로였다. 당시 노벨상위원회는 클라인 교수의 노벨상 수상 배경으로 그가 경기 변동과 경제 정책을 분석하기 위한 계량경제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케인스 혁명’(1947)이라는 저서를 쓴 케인스 학파의 대표적 이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클라인 교수는 1976년 미국 대선 당시 지미 카터 진영의 경제 자문역을 잠시 맡았다. 그러나 곧바로 대학으로 돌아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33년간 경제학을 가르쳤다. 펜실베이니아대에 재직하면서 지금도 미국 정책 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경제연구기관 와튼계량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1970년 초반 한국 정부의 자문역을 맡았으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유학시절 은사이기도 하다.
2년 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 총재는 클라인 교수와 네 시간 동안 저녁을 함께하며 사제지간의 정을 나눴다. 당시 김 총재는 “연세가 있는데도 1주일에 한 번씩 경제 현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지인에게 보낼 정도로 왕성하게 연구활동을 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