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누가 끝이라 했나…팔고 또 팔아도 아직…

입력 2013-10-22 21:09
코스피 2056…박스권 맴돌아

외국인 순매수 행진 이어갔지만 운용사 펀드환매로 지수 압박
주식형펀드서 33일간 5조원 유출…2050~2100선 대기물량 6조3000억…치열한 공방전에 "힘만 빼나" 우려


증시가 펀드 환매라는 ‘두꺼운 벽’을 절감(切感)하고 있다. 외국인이 38일 연속 12조8000억원 넘게 한국 주식을 샀지만, 차익 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33거래일 연속 5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졌다.

외국인 순매수와 기관 환매 기세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코스피지수도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2050 언저리에서 발목이 잡혔다. 코스피지수 2000선 이상 구간에서 환매 대기물량이 여전히 5조~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추가환매 규모와 얼마나 짧은 기간에 환매가 몰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vs 펀드 환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15% 오른 2056.1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10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지만 자산운용사가 펀드 환매 압박으로 1643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추가 상승을 억눌렀다. 개인도 1318억원어치를 팔면서 불안한 심리를 드러냈다.

9월 이후 증시는 ‘외국인 순매수 대 펀드 환매’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3거래일 연속 4조9268억원이 유출됐다.

특히 개인 비중이 높은 공모형펀드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9월5일 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뚫으면서 환매수요는 하루 500억~600억원 수준에서 2800억원대까지 급증했다. 지수가 2000대에 안착한 이후로는 대부분 하루 700억~1500억원 정도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17일 2040을 돌파하고, 18일에 2050을 넘어서면서 환매 규모가 2000억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의 관심은 환매 대기 펀드 물량이 어느 정도인가에 쏠리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이후 지수 2000 이상에서 유입된 펀드 순유입 금액은 6조7000억원가량”이라며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누적액이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총 환매 대기물량은 6조원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 2050~2100선에서 대기물량은 6조3000억원, 2100 이상 잠재 환매물량은 3조원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힘겨루기, 힘만 빼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개인·펀드 간 힘겨루기가 양측의 힘만 빼고, 추가 상승 동력을 소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조~3조원가량 펀드 환매 매물이 계속 나오면 적어도 11월까지는 증시가 뚜렷하게 상승하지 못한 채 외국인과 기관 모두 매수·매도세가 약해지는 힘 빠진 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2000선 초반에서 매물이 크게 나오다가 주춤한 뒤 2050선에서 다시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지수 2100선이 오래 지속된 적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익매물이 나오고, 이 같은 매물 압박이 지수 상승을 억누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앞으로 펀드 환매 규모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글로벌 경기 변화 △해외주가 변동 △금리변화 가능성 등이 꼽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투자 주력 연령층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고 가계부채 등으로 자금 여력이 작은 탓에 위험자산인 주식투자 욕구가 약해지고 있다”며 “코스피지수 2100 이상 확실한 추가 상승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펀드 신규자금 유입 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펀드 환매세가 주춤해질 경우 환매 충격으로 낙폭이 컸던 종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매 영향으로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팔 수밖에 없어 주가가 떨어진 종목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 하락 종목 중 실적 개선조짐이 보이는 하나투어, 오리온, 기아차, 대상 등이 환매 강도 약화시 상승 유력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욱/안상미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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