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괴담 걱정"…올해 첫 굴 경매가 10% 하락

입력 2013-10-20 23:22
국내 굴 생산 70% 차지 통영 경매장 가보니

노로바이러스·적조 이어 어민들 시름
도매 공판장에서 오염 여부 전수조사



“1년 내내 안 좋은 일만 있었는데 이제 판매가 시작되는 굴은 꼭 잘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7일 경남 통영시 광도면 용호리 덕연수산 굴 가공공장에서 굴 껍데기를 까던 전영애 씨는 “오랜만에 통영에 활기가 넘친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은 올해 잡힌 굴 초매식(첫 경매)이 열리는 날이었다. 굴은 10월에 처음 출하돼 이듬해 3~4월까지 경매가 이뤄진다.

통영은 국내 굴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다. 통영시 동호동 굴수협에서 판매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제사인 ‘초매제’가 열린 뒤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팔린 굴은 10㎏짜리 5700상자로, 평균 가격은 상자당 5만원이었다. 정삼근 통영굴수협 유통판매과장은 “평균가격은 작년 첫 경매 때보다 10%가량 낮다”고 말했다.

통영의 굴 양식업자와 상인들은 그 어느 해보다 올해 굴 판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 이 지역 양식업이 식중독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와 적조 등으로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에는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미국 수출이 중단됐다. 올해 1월에 또다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굴 가격이 급락했다.

박진우 덕연수산 대표는 “노로바이러스가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로 전염된다고 해서 배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배설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노로바이러스를 100% 없애기는 어렵다”며 “최대한 관리하되 검출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먼저 알려 신뢰를 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는 적조가 밀려왔다. 도미와 우럭의 양식이 줄어 85억원가량 피해를 봤다. 이제 막 출하되기 시작한 굴이 통영 어민들의 ‘마지막 희망’이 된 것이다. 경매장에 나온 김동진 통영시장은 “수산업은 통영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고 그중에서도 굴이 중요하다”며 “굴이 잘 팔려야 통영이 산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수산업에서 1년 지역총생산(GRDP)의 20%인 6000억원의 소득을 얻는다. 그중 굴에서만 2000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1만여명이 굴 관련 산업에 종사해 고용 효과도 크다.

제철을 앞두고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이 터져 어민들은 근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굴은 연근해에서 양식해 일본 동북부 해안으로 흘러간 방사능 오염수가 통영에서 키운 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하지만 어민들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워낙 높아 굴 소비가 줄어들까 두려워하고 있다.

통영굴수협은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방사능 검사를 강화했다. 굴을 채취하면 무작위로 골라 부산수산과학원으로 보내 방사능 검사를 하고 굴이 도매 공판장에 들어올 때는 간이측정기로 전수 조사를 한다. 17일에도 수협 직원 3명이 굴 상자를 하나씩 가져와 방사능 측정을 했다. 다행히 한 군데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유통업체도 어민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은 오는 23일부터 GS수퍼마켓에서 통영산 생굴을 100g당 99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김동성 GS리테일 수산팀 상품기획자는 “국산 굴이 맛있고 안전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어려움에 빠진 어민을 돕겠다”고 말했다.

통영=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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