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한국의 국감, 미국의 국감

입력 2013-10-20 21:41
수정 2013-10-21 03:42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고문


요새 대한민국 국회는 국정감사로 정부 부처들이 초비상 상태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국감 때문에 여의도에 몰려와 있다. 국감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정부가 ‘셧다운’된 분위기다.

국감의 첫 1주일 동안 국회는 기업인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을 치고 의원들끼리 서로 막말을 퍼붓는 장소로 변했다. 정부 부처들은 20일 동안의 국감 기간만 어떻게든 잘 넘기면 그만이다. 그렇게 국감은 올해도 큰 성과 없이 끝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국감을 하는가. 미국 의회는 국감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루 24시간, 1년 열두 달 늘 국감을 대행해주는 의회 직속 기관(GAO)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감사원이 국회 산하에 있다고 보면 된다. 직원이 3400명이나 된다. 미국 대통령에게 연방수사국(FBI)이 있듯이, 미국 의회에는 GAO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들은 24시간 정부를 감시하고 공기업과 정부에서 예산을 타서 쓰는 모든 개인 협회들도 조사한다.

이들이 나타나면 정부와 공기업들은 벌벌 떤다. GAO의 보고를 받은 의회는 필요에 따라 청문회를 열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것을 납세자들에게 알린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이미 GAO에서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의원들은 특별히 별도로 조사할 필요가 없다.

한국도 국감 자료 수집을 지금처럼 국회의원 보좌관이 하는 게 아니라 GAO처럼 전문수사 기관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공기업이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도 보너스 잔치를 했다는 보도가 있다. 해마다 공기업을 불러다가 1년에 한 번씩 호통만 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돌아서서 웃을 것이다. GAO 같으면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해당 공기업을 폐쇄시키고 개인 기업에 입찰을 주든가, 운영팀을 모두 갈아치우든가 등의 해답을 내놨을 것이다.

GAO는 어느 당 소속이 아니라 중립적인 기관으로 오직 미국 의회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GAO의 총책임자인 사무총장의 임기는 15년이다. 제대로 된 조사를 계속하려면 짧은 기간 안에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GAO 사무총장의 임면권은 물론 국회에 있다. 현재까지 GAO 사무총장이 개인 비리 등으로 의회로부터 파면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미국 의원들은 정부 부처의 보고보다도 GAO의 보고를 더 신뢰한다. 대한민국 국회도 여의도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연구소들을 합병하고 각 대학 교수들에게 주는 연구비 등을 없애 GAO 같은 상설 수사기관을 두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20일간의 형식적인 국감도, 의원들끼리 싸울 필요도 없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