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여파 은행·증권사 순이익 6.9% 급감
채권 트레이딩도 줄어…모건스탠리 나홀로 상승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갈등으로 경기회복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다. 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글로벌 채권 시장이 요동치면서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19일(현지시간) 월스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10대 상업은행 및 증권회사의 순이익이 17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도 116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조금씩 개선돼 온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모양새다.
월가 실적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준 건 모기지 시장 위축이다. 모기지 대출은 지난해 초부터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함께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월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채권 매입프로그램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모기지 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규 모기지 대출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8.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들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1위 모기지업체인 웰스파고는 관련 직원 925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8월 17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로 채권 시장이 요동치면서 은행들의 채권 트레이딩 수익도 크게 줄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채권 트레이딩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이 20% 하락했다.
한편 대부분 은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만이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모건스탠리는 올해 3분기 9억6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79억달러로 경쟁사인 골드만삭스(67억달러)를 10억달러 넘게 추월했다.
이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웰스매니지먼트 사업의 비중을 늘린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스미스바니 인수를 완료하면서 모건스탠리의 웰스매니지먼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났다. 골드만삭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채권 트레이딩 매출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