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놀이처럼"…삼성 개방형 연구소 C랩 가보니…
획기적 아이디어 낸 직원에 1년동안 시간·자금 전폭 지원
사업화 성공땐 파격 보상…실패해도 책임 묻지않아
< 햇빛 영화관 : 이동형 태양광 충전 프로젝터 >
지난 17일 밤 11시2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 2층의 개방형 연구공간 C랩(Creative-Lab)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지난 9개월간 밤늦게까지 이곳에서 ‘놀던’ 삼성 직원들이 마침내 작품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이들이 만든 건 태양광으로 충전해 영화를 보는 프로젝터, 가칭 ‘햇빛 영화관’이다.
삼성전자의 창의성 증진 프로젝트 C랩의 세 번째 작품이 완성됐다. 시각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자전거에 이은 것이다.
애플의 혁신에 놀란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려고 2010년 시작한 C랩이 삼성의 일하는 문화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C랩을 몇 개씩 운영하며 ‘창의 삼성’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이디어, 착한 기술을 만나다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이동 영화관’ 아이디어는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소년 마틴이 삼성 사회적 기업 아이디어 대회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기여운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은 “아프리카에선 먹고 입는 게 우선일 거라 짐작했는데 문화적 갈증도 심했다”며 “태양광 프로젝터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처음 모인 10명의 팀원은 두 달간 난상토론을 벌였다. “제안이 나오면 즉각 돋보기를 사오고, 종이를 오려 만들며 생각을 발전시켰다.”(이지현 삼성디스플레이 대리)
관건은 아프리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현민 책임연구원은 “최소 전력을 쓰면서 밝아야 하고, 크기를 키우면서도 해상도를 유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을 맡은 소희선 선임연구원은 “실용성을 감안해 소재를 나무로 결정했다”며 “총 제작비는 9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8월 에티오피아에서 시범 운영을 해봤다. 300여명이 영화관을 찾았고, 마을 청년 30여명은 제작기술을 전수받았다. 외부 인사로 참여한 소셜벤처 MYSC의 권영진 매니저는 “현지인들이 햇빛 영화관 운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랩은 ‘창의 삼성’의 꿈
삼성전자는 2010년 ‘창의개발연구소’란 이름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획기적 아이디어를 낸 직원을 현업에서 1년씩 빼주고 공간과 자금을 지원했다. 애플발 스마트폰 폭풍에 좌초될 뻔한 삼성전자가 획일적 조직문화를 없애고 대신 직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 시각장애인용 안구마우스, 3차원(3D) 센서와 카메라 등을 활용한 시각장애인용 자전거 등을 개발했다.
삼성은 실험이 성공적이라 판단해 지난해 말 창의개발연구소를 창의개발센터로 확대하고 사업부별로 C랩을 도입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소음을 줄인 ‘조용한 세탁기’를 C랩 과제로 선정, 연구 중이며 디지털이미징사업부는 사진을 찍으면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3D 모델링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올 3월 ‘C랩 과제 공모전’에서 뽑힌 이들 프로젝트의 리더는 1년간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다. 함께 일할 직원도 직접 뽑았다. 사업화에 성공하면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C랩 프로젝트는 20여개로, 참여 직원만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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