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은 물론 물가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2011년부터 2년간 6차례 발표한 성장률 전망이 실제치보다 최대 2.8%포인트까지 오차가 났고 올해의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2.9%에서 올해 4월 2.3%까지 조정해왔음에도 실제치(1.3%)와 1%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 예측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1%대 저물가 상태에서 1%포인트 이상 오차가 났다면 이는 도저히 예측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태라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은 캄캄한 밤에 동굴을 더듬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지난 4월의 그 소동이 났을 것이다. 한은으로선 일대 치욕인 셈이다. 더구나 한은은 다른 예측 기관과는 달리 정책 수단까지 확보하고 있다. 예측력이나 결과 추정에서 다른 기관에 정확성을 양보할 수 없다. 각종 경제 변수들을 측정하고 그 변동과정을 추적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 통계 자료의 숫자나 모형의 견고성(robustness)만은 아니다. 아니 그런 것들뿐이라면 한은이 결코 다른 기관에 밀릴 수가 없다.
한은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은의 인력과 제도, 기구 등 시스템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절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쏟아지는 자료들로부터 귀납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토론 문화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한은 독립이라는 우스꽝스런 도그마에 포획되었다면 끝장이다.
김중수 총재를 비롯한 일부 간부들이 일종의 시스템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다. 김 총재는 직원들의 실력을 비판하고 직원 노조는 김 총재 발언에 반발하는 등 아래위가 따로 노는 형국이다.
금통위원들은 온갖 자료 더미에 파묻혀 산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집행부의 정치적 편견을 확장시키거나 조직적 편향성을 조장하는 역기능을 노정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주가 예측은 원숭이가 사람보다 잘한다지만 경제 예측은 과연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