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가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경제부총리의 절규

입력 2013-10-18 21:51
현오석 부총리는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의 말까지 듣는다. 그런 그가 어제는 놀랄 만한 발언을 내놨다. “도대체 국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년도 성장률 3.9%는 국회가 관련 법률을 통과시켜줄 것으로 보고 짠 것인데 국회가 안해주면서 무슨 성장률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그의 발언은 말 그대로 폭탄급 발언이다. 무려 103개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부총리의 절규는 지금 나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엊그제 재계 대표들을 만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조 수석은 정부 실패를 우려하는 기업가들의 고언에 “입법부에 걸려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정책이 많다”며 “재계가 국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등 같이 뛰어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현 부총리나 조 수석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본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부총리와 수석의 설명이지만 활성화법은 고사하고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죽이는 무수한 법률들을 쏟아내는 것이 지금의 국회다. 정부도 결코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규제 공화국이다. 19대 국회 들어 각종 규제 법안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환경규제법은 물론이고 노동 규제법, 상법개정안 등 숱한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가 줄어들고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로 국회의 실패요, 정치의 실패다. 기업활동 규제의 기회비용만도 연간 1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규제가 많아지면 규제당국과 정치인들의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간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유달리 고함소리가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