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4> 핵심을 말하다 (4) 성균관대

입력 2013-10-18 17:35
성균관대는 얼마 전 논술백서까지 친절하게 발표했어요. (아직 못 본 학생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꼭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세요!) 작년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성이 많았는데 대답을 해줬네요. 인문계열 1교시 문제가 가장 어려웠어요. (난이도는 언제나 1>2>3교시 순서입니다.) 문제 유형은 5년째 그대로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어찌했든 사람은 실수를 하게 돼 있거든요. 완벽하게 쓴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꼭 빠진 곳이 하나씩 있기 마련입니다. 왜 그런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핵심 1.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역시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겠지요. (이화여대와 국민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간혹 묻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1번 문제 몇 글자 써야 해요?”라고 말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시문 5개짜리 평균적인 1번 문제는 600~800자 정도 씁니다.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고 놀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완성된 답안을 보면 2500자가 훌쩍 넘지요. 그게 과연 가능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합격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2시간 내내 써대기만 했다는 회고가 많습니다. 특히 통계해석인 2~3번 문제를 지나고 나서, 자기 의견 쓰기가 나오는 4번에 이르면 말 그대로 총력으로 칸을 채워나가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점수에 맞게 분량을 조정하는 등의 꼼수가 통했으나, 이제는 난이도에 맞게 점수도 제각각이어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 요구조건에 맞게 분량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온다는 생각으로 쓰면 됩니다. 실제로도 예전에 성균관대가 예시답안으로 내놓는 분량이란 것이 3000자가 넘곤 했었답니다. 써 본 학생들은 알겠지만, 유선 시험지는 몇 자를 썼는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핵심 2. 1번 문제를 토대로 문제가 이루어진다.

작년 3교시 경제경영 계열 문제에서 최초로 이 공식을 깨긴 했지만, 어찌했든 1번 문제는 3대 2의 분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분류 문제부터 정확히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이 분류란 경희대식의 구체적인 S+V 대립이 아닙니다. 경희대는 심지어 비교 기준도 던져주지 않지요. 하지만, 성균관대는 매우 친절하게 비교기준을 던져줍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해당되는 명사형 답도 제시문안에 심어놓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성균관대는 명사 대립형 분류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명사가 직접적으로 제시문에 등장합니다. 가장 난이도가 어려웠다는 2011~2012년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작년 문제는 아낌없이 단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명사형 대립이라는 것도, 매우 재밌게도, 이미 나왔던 주제가 반복될 정도로 ‘흔한’ 주제들입니다. 가령 작년에 나왔던 대립을 살펴보자면 <효율성과 형평성><보편과 특수><시장과 정부><자유와 평등>입니다. 이런 주제들은 논술을 몇 개월 정도만 배운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알아맞힐 수 있는 것들이지요. 하지만, 꼭 이런 식으로 내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제가 쓴 기사에 보면 나오듯이, 성균관대 문제는 원래 대립되는 명사를 제시문에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아는 단어들을 동원해서 짝을 맞춰야 하는 일이 생기죠. 예를 들어 <의무론적 윤리론과 목적론적 윤리론>과 같은 개념은 쉽게 생각나는 단어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때는 꼭 윤리 교과서를 읽고 가라고 말할 정도였지요. 올해 나온 모의 문제 역시 단어가 제시문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고난이도 유형으로 돌아가려는 것일까요?

그럼 1번 문제를 풀기 위한 몇 가지 기술을 살펴보죠. 이 분류 유형에 대한 스킬은 경희대 문제를 풀 때도 쓸 수 있으니 같이 살펴봐도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경희대는 ‘서로 지적하기 형태’의 제시문입니다. 그러므로, 제시문이 좀 더 길고, 내용도 ‘not A but B’로 구성된 것이 많지요. 반대로, 성균관대는 ‘not A but B’보다는 ‘only A’ 방식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킬 1. 원리와 사례를 구별한다.

제시문이 복수로 제공되는 경우, 근본적인 원리를 제공하는 제시문을 먼저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제시문을 원리 제시문으로 놓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할 경우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아도 좋습니다. 모든 제시문이 사례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보세요. 난이도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단이 필요한 사례 제시문을 중간에 끼워넣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1) 원리 (2) 사례 (3) 사례 (4) 원리 (5) 원리’와 같은 식으로 배열해놓는 것입니다. 자칫 (1)을 읽고 곧바로 (2)를 읽다보면, ‘(2)는 도대체 뭐지?’하는 의심이 생깁니다. 사례란 정확한 판단근거를 두고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원리 제시문인 (4)나 (5)를 먼저 읽음으로써 대립되는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길입니다. 원리를 발견한 후에 사례를 보면, 어찌했든 그 둘 중 하나로 연결만 하면 되니 한결 편해지죠.

스킬 2. 요약 때 키워드 생산 필수

기초적인 요약 훈련을 어느 정도 했다면 당연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시문이 많기 때문에 하나 하나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망설여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있는 문장, 눈에 잘 띄는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선 안 됩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죠. 채점자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대립항과의 연관성을 살피겠지요. 그러고 나서 제시문의 내용이 정확히 재생산되었는지를 살피겠지요. 그 재생산의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까요? 설마 삐뚤빼뚤 쓴 글씨를 모두 꼼꼼히 읽는다고 생각하진 않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키워드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제시문에서 사용된 주된 소재나, 사례, 개념을 정확히 인용해주면서 제대로 읽었다는 것을 티내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중앙대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표를 그려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귀찮으면 정리라도 해두면 되지요. 가령 작년 1교시 인문문제의 요약을 위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핵심 3. 제시문을 정확히 활용할 것

다시 핵심을 살펴보죠. 2번과 3번 문제는 통계 문제입니다. 배점은 보통 20~30 혹은 25~30이지요. 물론, 2번이 30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난이도도 가장 높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당연히 고급 통계 유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고급 통계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지만, 성균관대는 하나의 자료에서 하나의 뜻이 추출되는 일반적인 통계 문제보다는 하나의 자료를 두고 양측에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는 조립형 문제를 내곤 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렇기도, 또 어찌 보면 저렇기도 한 문제인 셈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류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더 단순하게 읽히면서도, 제시문과 직접적인 연관을 놓고 해석을 요구하고 문제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에 활용해야 합니다. 해석에 활용한다는 뜻은 <제시문 1에 보이듯>과 같이 정확히 인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핵심 4. 전체는 하나의 주제로 돼 있다.

간혹 문제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이런 사실을 까맣게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4번 문제를 풀 때 그렇지요. 성균관대는 논술백서에도 밝혔듯, 그리고 애초에도 원래 그랬듯, 대립되는 라는 요소를 모두 활용합니다. 이에 맞게 해석이 되는 자료를 놓고 설명을 요구하기도 하고, 비판을 요구하기도 하지요. 마지막 문제도 이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전체 주제 안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마지막 문제에 주어지는 현대적 사례 역시 그런 류의 문제거리거든요. (하지만, 이게 꼭 A선택형, B선택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하세요! A와 B를 동시에 선택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4번 문제 풀 때 제시문 활용 없이 그저 자기 생각만 나열하는 학생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 문제는 분명 자기 의견 쓰기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근거로서 제시문의 아이디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볼까?

현재 성균관대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은 아마도 작년에 나온 기출 3개와, 올해 나온 모의 1개를 주축으로 준비를 하겠지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습니다. 작년 기출 3교시는 유형의 특이성 때문에 풀어볼 만하다고 하겠지만, 작년 2교시나 올해 모의문제는 그다지 풀어볼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작년 1교시 정도로 우선 유형에 대한 맛을 보고, 2011~2012년 문제를 풀어보세요. 너무 쉬운 문제를 풀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빠지는 것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보고, 스스로 유형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한결 나을 겁니다.

특히 2013년 <사회적 가치>, 2012년 <자유>, 2011년 <윤리론> 문제들은 특이한 문제조건들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으니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풀까?’도 꼭 한번 생각해보세요. 난이도가 높은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을 거에요.

이용준 S·논술 인문 대표강사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