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비즈니스 성공확률 높이려면
경험이나 감보다 통계분석 활용해야
박형수 통계청장 hspark23@korea.kr
중세 유럽에서 마녀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눈물·바늘·불·물 시험이 있었다고 한다. 네 번째 방법인 물 시험은 마녀로 지목된 사람을 단단히 묶어 깊은 물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마녀라면 악마가 와서 구해줄 것이니 물 밖으로 살아서 나오면 마녀인 것이 확인돼 화형을 시킨다. 물에서 나오지 못하면 마녀가 아님이 입증되지만 익사하고 만다. 14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중반에 걸쳐 이처럼 불합리의 극치 내지는 집단 광기로 인해 희생된 사람의 수는 무려 5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이성적 세계관과 과학 정신의 대두가 이런 불합리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세와는 다른 모습으로 마녀사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나치의 유대인 집단 학살과 각종 분쟁에서 발생한 인종청소 등은 마녀사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이버상에서 XX남, OO녀처럼 집단이 개인을 상대로 ‘인격 살인’을 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지인의 권유로 강풀 작가의 ‘마녀’라는 웹툰을 보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사고 때문에 마녀로 몰린 여자 고교 동창생을 위해 남자 주인공이 통계를 활용해 그녀가 마녀가 아님을 입증하려고 애쓰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통계인의 입장에서 주인공이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인 조사망률을 포함해 통계청의 자료를 찾는 모습을 봤을 때는 반가웠고,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통계를 끼워 맞추는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는 늘 경계하는 내용이라 공감이 가기도 했다.
마녀로 몰린 여자의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왜 자신의 딸이 마녀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냥요, 그럴 리가 없으니까요’가 주인공의 대답이었다. 이후 주인공이 통계의 기본을 배우고, 데이터마이닝이라는 통계분석 기법을 활용해 죽음의 법칙을 발견해 여자 주인공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통계하는 인간(Homo Statisticus)’의 전형을 보았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리터러시(literacy)라고 하는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통계 리터러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진 정부정책이나 비즈니스에서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것보다 과학적인 통계분석을 활용하는 것이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성공 확률은 높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형수 < 통계청장 hspark23@korea.k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