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랑방으로 목가구여행 떠나볼까

입력 2013-10-17 18:44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사랑방의 목가구들이 만추의 청취 속에 서울 한복판에 다소곳이 자리를 잡았다. 선비들이 절제된 생활 속에서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을 닦는 공간인 사랑방에 배치한 가구들로 정갈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친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는 이름 모를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져 손에서 손으로 전해온 조선시대 목가구 40점을 선보이는 ‘소박함과 단순미의 전통 선비 목가구’을 오는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은 ‘조선 목가구, 민속품전’을 내달 11일까지 각각 연다.

조상의 예술혼을 느끼며 경제적 풍요와 복을 기원하는 취지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이층사방탁자를 비롯해 문갑, 이층책장, 빗접, 필갑, 대나무로 만든 술병, 목침이나 망건을 넣어두던 망건통 등이 나왔다. 갤러리 현대 측은 “국내에서는 흔히 시도되지 않았던 기획전으로, 특히 목가구와 문방사우라는 아이템에만 집중해 눈길을 끄는 이번 전시회는 사랑방의 상징적인 의미를 21세기의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동시에 목가구 자체의 빼어난 조형적 완성도를 인정받고자 마련됐다”고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현대는 조선시대 사랑방에 배치된 다양한 목가구를 보여준다. 문갑(文匣)을 비롯해 머릿장 좌경(座鏡), 이층농(二層籠), 이층사방찬탁자(二層四方饌卓子), 찻장, 해주반(海州盤) 등이 관람객을 반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하던 문방가구인 경상은 당시 공예적 요소가 집합돼 있어, 조상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현대는 목가구 전시 외도 두가헌갤러리에 ‘옛 부엌의 아름다음’이란 테마로 조선시대 백항아리와 석간주(산화철 안료)항아리 50여점을 내놓았다. (02)2287-3500

선화랑 역시 선비의 문방생활에 꼭 필요한 가구인 서안, 연상, 문갑, 탁자, 책장, 이층창 등을 놓고, 벽면에는 고비, 필가 등을 걸었다. 목안, 소반, 사각함, 찬탁, 혼례함, 촛대, 반닫이, 궤, 소형 약장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물건도 출품됐다. 고(故) 김창실 전 선화랑 대표가 30년간 모은 작품들이다. 단수미가 돋보이는 반닫이가 있는가 하면 오동나무의 책장, 느티나무 탁자도 있다. 비록 그 색이 바랬지만 청홍색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문갑도 있고,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약장도 만날 수 있다. (02)734-0458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시어머니인 고 김창실 대표가 조선시대 한 필부의 손에서 만들어져 ‘골동’이라 통칭되는 목가구에서 빼어난 작품성을 발견하고 한점 한점 모았다”며 “조선시대 목가구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이를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의 수집가를 만난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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