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조립(패키징) 전문 업체 세미텍 주가가 연일 뒷걸음질치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업체 아이테스트에 인수되면서 반도체 후공정 업체 간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17일 오후 2시45분 현재 세미텍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원(0.20%) 떨어진 2505원에 거래되고 있다. 피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하한가로 추락한 데 이어 사흘째 하락 중이다.
세미텍은 지난 15일 168억원에 지분 33.99%(350만주)를 아이테스트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김원용 대표이사의 보유주식 254만주와 윤성석 이사의 보유주식 96만주 전량 아이테스트에 넘겼다.
아이테스트의 세미텍 인수로 반도체 조립과 검사까지 후공정 전부를 아우르게 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세미텍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패키징과 테스트를 동시에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테스트의 인수로 그간 수용하지 못했던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돼 수주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아이테스트 관계자도 "세미텍과 반도체 후공정 일괄수주를 추진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공동 마케팅을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 운송비 절감 등의 효과도 두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세미텍이 SK하이닉스로 피인수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세미텍 주가는 지난달 들어 생산 능력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과 SK하이닉스에 인수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60.1% 급등한 바 있다.
세미텍 관계자는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SK하이닉스 피인수 무산 실망감이 주가에 어느정도 작용한 것 같다"며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촉발될 시너지 효과에 대해 관심이 덜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미텍의 부채비율이 높은데다 재무구조 개선을 책임져야 할 아이테스트의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기준 세미텍의 부채비율은 267.37%에 달한다. 세미텍의 자본은 227억1300만원, 부채는 607억3100만원 수준으로 부채가 자본보다 2.6배 이상 많다.
아이테스트 관계자는 "세미텍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채무재조정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상반기 기준 아이테스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4억원에 불과하다. 아이테스트는 세미텍 인수자금 168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SK동반성장 사모펀드에 1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택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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