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 따른 자산배분
수익 냉·온탕 피하는 길
‘지키는 투자’가 화두다. 지난달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수익 대신 안정성 위주로 돈을 굴리겠다는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는 게 일선 금융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주가연계증권(ELS)만 해도 단일 종목이나 국내 및 해외 지수 3개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의 비중은 줄고 대신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보다 안정적인 상품의 발행금액이 늘었다.
○대부분 본인의 투자 성향 몰라
하지만 정작 상당수 투자자들은 본인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고객들이 상담 전에 생각하던 투자 성향과 전문가 상담 후 도출되는 투자 성향이 다른 경우가 다수”라며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목표 수익률과 여기에 따른 가격 변동성은 다른 사람이 객관적으로 분석해주기 전까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PB는 “투자자들의 ‘자신에 대한 무지’가 막연히 고수익을 기대하고 고위험 상품에 베팅하는 ‘온탕’과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이 0에 가까운 자산으로 도피하는 ‘냉탕’을 왔다갔다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투자 상품은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위험이 커진다. 여기서 위험은 원금의 손실 가능성이 아니라 가격이나 수익률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을 가리킨다. 개인 투자자들의 성향이 크게 ‘적극투자(고위험·고수익)’, ‘위험중립(중위험·중수익)’, ‘안정추구(저위험·저수익)’로 나뉘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박진수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 과장은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경우엔 절세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성향별로 따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투자 성향이 크게 6가지로 나뉘어 지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의 평생 현금 흐름과 예상 투자 기간 등을 감안해야 한다. 박 과장은 “상대적으로 젊고 오랫동안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면 고위험 자산 편입 비중을 늘리는 편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상품 내에서도 위험-수익 갈려
투자자 스스로 본인의 투자 성향을 알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같은 형태의 상품이라도 특성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채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국고채와 물가채는 그만큼 만기가 길고 금리가 낮다. 회사채는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대신 발행 기업의 부도 위험 및 부도 시 개인 채권자에게 어느 정도 원금을 보전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이일드채권, 시니어론 등 미국 고위험 회사채 투자 상품은 미국 금리 인상이나 현지 기업의 부도율 상승과 같이 투자자들이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위험을 안고 있다. 채권이라는 항목으로 한데 묶이지만 수익률의 원천과 위험 요인이 제각각인 셈이다. 원소윤 한화증권 연구원은 “펀드, ELS, 헤지펀드 등 투자 상품 내부에서도 다양성이 늘어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단계의 투자전략 수립을 권유하고 있다. 먼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춰 수익-위험이 다른 상품별로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는 ‘전략적 자산 배분’과 이후 해당 상품군 내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선별적 자산 선택’이 그것이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단순히 여러 개의 상품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 팀장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량주, 국내 주식형 펀드, 중국 펀드에 나누어 투자할 경우 겉으로 보면 분산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비중이 40%가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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