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즉시연금 판매수수료 '담합' 의혹

입력 2013-10-15 11:40
시중 은행들이 즉시연금 상품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담합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호준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지난해 개별 보험사들이 개발한 즉시연금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모두 동일한 수준의 판매수수료를 책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SC은행 씨티은행 등 시중 7개 은행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13개 보험사가 개발한 즉시연금 상품을 판매했는데, 자사 계열보험사 상품과 일부 외국계 상품을 제외하고 판매수수료를 모두 3.15%로 동일하게 유지했다.

대한생명 상품의 경우 기존 2.87%였던 판매수수료가 4월1일부로 동일하게 3.15%로 인상됐다.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은행이 갖는 초우월적 지위를 감안하면, 시중은행들이 특정 시점에 맞춰 보험사 측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는 판단이다.

정호준 의원은 "모든 상품은 영업특성이나 상품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양한 원가구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판매수수료가 모두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원가에 근거해서 수수료가 책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당국에서는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이윤을 공동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경쟁이 되는 대상 기업들과 협정해 가격을 고정하는 것을 카르텔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판매수수료 담합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정호준 의원은 또 시중은행 방카슈랑스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을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했다. 입수된 자료를 보면 은행 담당자들은 은행회관에서 매월이나 격월로 모여 법률개정사항 등 정책검토사항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논의하고 상품판매와 관련한 공동홍보방안 등을 모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수회'라는 사적인 모임도 만들었는데, 판매수수료와 관련된 부분은 이 모임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해당 모임에 참석했던 은행 관계자 명단을 분석해 한국은행연합회가 회합의 창구 역할을 했거나 주도했다는 정황을 잡고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정호준 의원은 "지난해 보험사가 은행권에 지급한 전체 판매수수료가 한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의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감독 당국은 판매수수료 책정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고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행위들을 철저히 감독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앞으로 담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라며 "공정위 쪽에서 할 수 있는 고발 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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