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적성검사-토론·영어·임원면접…하루 8시간 '원스톱 면접'

입력 2013-10-14 21:41
수정 2013-10-15 04:04
롯데백화점 면접현장에 가다

서류합격자 하루동안 면접…10월말 최종 합격자 발표
파레토법칙 등 경제지식부터 "개천절은 어떤 날인가" 등 상식까지 다양하게 평가
면접복장도 딱딱한 정장 탈피…바지·원피스 입은 여성도



“일하기 좋은 기업(GWP·great work place)에 대한 한글 기사를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영어로 답하라는 질문이 나왔어요.”

지난 주말 빅마켓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인재개발원 대강의실에 마련된 롯데백화점 입사 면접장에서 한 지원자는 영어면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영어면접은 원어민이 아닌 백화점 임직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식이었고, 모든 지원자가 필수적으로 영어면접을 치른 것도 특징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면접을 보러 온 130여명의 취업준비생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역량-영어-토론-임원면접을 봤다. 롯데그룹이 작년 하반기부터 직무역량검사와 면접을 하루에 끝내는 ‘원스톱 방식’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300여명을 대상으로 사흘에 걸쳐 면접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면접의 평균 경쟁률은 약 4 대 1이다. 최종 합격자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대기업 가운데 발 빠른 채용면접을 실시한 롯데그룹은 14일 롯데홈쇼핑·건설·정보통신·닷컴을 마지막으로 계열사별 면접을 마감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의 ‘원스톱 면접’을 통해 대기업 채용면접의 특징을 살펴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1일, 삼성그룹은 이달 말부터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역량·영어·토론·임원 ‘원스톱 면접’


사전에 온라인으로 인성검사(60분)를 치른 롯데백화점 지원자들은 오전 8시에 ‘롯데그룹 직무역량검사(L-TAB)’를 봤다. 이 시험(언어이해, 문제해결, 자료해석, 언어논리·수리공간(이공계))은 145분간 진행됐다. 최원석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직무역량검사는 직무적합도를 평가하는 자료일 뿐 당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선 역량면접은 대고객 서비스를 본업으로 하는 유통업 특성상 서비스 마인드가 주요 평가항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L씨(경북대·26)는 “팀장급 면접관으로부터 ‘대학 때 프로젝트 경험과 그 경험 중 힘든 점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갔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다른 L씨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고객에게 어떤 불평을 들었고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했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역량면접은 백화점 팀장과 매니저급 2명의 면접관이 지원자 1명을 상대로 40~50분간 집중 평가하는 방식이다. 최 매니저는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면접관을 교육시켜 어느 면접관이 나오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며 “A급 면접관이 A급 인재를 뽑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토론 주제는 마케팅 전략에 집중

롯데백화점의 임원면접은 면접관 3명과 지원자 3명, 토론면접은 면접관 2명과 지원자 5명, 영어면접은 면접관 2명과 지원자 3명으로 진행됐다.

임원면접은 어땠을까. K씨(한국외대·28)는 임원면접 땐 경제상식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레토법칙, 베르테르 효과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했어요. 롯데는 윤리강령이 중요하기에 어느 다른 회사에 지원했는지도 물었죠. 솔직하게 대한항공과 삼성에도 지원했다고 대답했어요.”

S씨(이화여대·24)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예식장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한 유통마인드로 롯데백화점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C씨(성균관대·31)는 “개천절(10월3일)이 어떤 날인지를 물었고 1분간 가족 소개를 해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토론 주제는 ‘백화점 바겐세일 때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하게 제시됐다. 부산에서 올라온 P씨(동부산대·27)는 “스마트폰으로 롯데백화점을 홍보 방안과 관련한 주제가 나왔다”고 전했다. L씨(서울대·24)는 “토론 주제로는 롯데백화점 모바일 광고 아이디어가 나왔고 임원면접 땐 롯데백화점의 미래 비전이 뭔지를 물었다”고 소개했다.

K씨(서울대·24)는 ‘서울대 프리미엄’이 사라진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생은 오히려 취업에서 소외되고 있어요. 다른 대학은 학교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주지만 서울대는 스스로 알아서 정보를 찾고 준비해야 합니다. 취업 정보가 없으니 대학원이나 고시 준비에 많이 매달리는 것 같아요.”

○고졸·전문대졸도 대졸과 함께 경쟁

롯데그룹은 2011년 상반기부터 대졸공채라는 명칭을 버리고 새로운 제도( A-Grade 신입공채)를 도입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면접 때 학력란을 블라인드로 처리한 것도 특징이다. 면접관에게 선입관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면접 복장도 정장에서 탈피해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바꿨다. 바지나 원피스를 입고 온 여성 지원자도 눈에 띄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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