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구심점도 잃은 동양…구조조정도 표류 우려

입력 2013-10-13 09:12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이 구심점마저 잃고 흔들리고 있다.

현재현 회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룹 전체가 급격하게 와해하는 모양새다.

이르면 이번 주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가 결정되나 이런 상태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 모처에서 변호사 선임 등 준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일 검찰은 현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동양그룹의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과 법정관리 신청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현 회장 등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 회장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도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회 정무위원회는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뿐 아니라 이 부회장과 실세로 지목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내부 임직원 간 책임 떠넘기기 등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그룹 전체가 와해하는 양상이다.

이 부회장 측근의 비선라인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갖가지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고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현 회장 등을 비난하며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룹 내 일부 경영진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회사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 역시 조사 결과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드러나면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5만여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대주주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현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이 있는지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LG그룹도 LG카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채권단에 계열 증권사(현 우리투자증권)를 내놓은 바 있다.

현 회장 측은 그러나 일가 소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내놓을 사재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구심점이 흔들리면서 구조조정 자체가 제대로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초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3개 계열에는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자본잠식 상태로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한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청산 등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동양 계열의 개인투자자들로 이뤄진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원에 관리인 선임 때 현 경영진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계열의 관리인으로는 ㈜동양은 현 박철원 대표를, 동양시멘트도 현 김종오 부사장을 각각 신청했다.

동양네트웍스는 김철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각각 손태구 이사와 금기룡 대표를 관리인으로 요구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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