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엉터리 개발경험 함부로 전수하지 마라

입력 2013-10-11 22:42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하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개도국 지도자들과 만나 한국의 개발경험 전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현오석 부총리도 송도에 설치될 세계은행그룹(WBG) 한국사무소를 통해 수십년간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할 뜻을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 전했다. 이밖에도 정부기관 지자체 기업 대학 등이 앞다퉈 새마을운동, 농업기술, 공무원 교육, 중소기업 육성, 도시개발, 직업능력 개발 등 다각적인 개발경험 전수 사업에 나서고 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빈곤을 퇴치하고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한국은 개도국들이 꼭 배우고 싶은 롤 모델일 것이다. 유례 없는 경제발전 경험은 한국의 확실한 지식자산이자, 개도국에 줄 수 있는 최상의 원조품이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도 이를 통해 한층 성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개발경험 전수에 앞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성공모델이 필연이라는 착각과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누구나 한국을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게 결코 아니다. 한국의 성공은 자원은 없고, 인구는 넘쳐나고, 전쟁 잿더미에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의 절박함이 낳은 기적이다. 이런 처지에서도 자유시장경제를 택하고 정주영, 이병철 등 기업가들이 출현한 것은 행운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부가 펴낸 ‘한국경제 60년사’에선 기업가는 쏙 빼고 관료들이 잘해서 성공했다는 식의 자화자찬 일색이다. 이런 엉터리 인식 수준으로 개도국에 무작정 개발경험을 전파한다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유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보장, 기업가정신 같은 무형적 가치부터 전파하는 게 필수다. 자화자찬식의 개발경험 전수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기업가정신이 없는 개발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이점을 우리는 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