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빅2' 정반대 전략…어디에 볕들까

입력 2013-10-11 21:27
한화, 원료부터 발전까지 일관생산…OCI, 폴리실리콘·발전 집중

한화, 中·독일업체 인수…내년 수직계열화 완성…업황 상승세때 유리 분석
OCI는 선택과 집중…품질 업그레이드로 승부…경쟁사보다 비싼 값 받아



“효율을 고려할 때 수직 계열화가 답이다.”(한화) vs “선택과 집중이 최선이다.”(OCI)

국내 태양광 분야 ‘빅2’인 한화와 OCI가 성장동력 사업인 태양광 투자에서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직은 업황이 좋지 않지만, 향후 태양광 시장이 본격 열릴 때 어떤 선택이 빛을 볼지가 관심이다.

한화그룹은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원료부터 중간 제품인 셀과 모듈, 발전 설비까지 만드는 일관 생산체제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폴리실리콘(태양전지 원료) 생산 세계 3위인 OCI는 원료의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화, 수직계열화 내년 완성

한화케미칼은 올해 5월 전남 여수에 완공한 폴리실리콘 공장을 연말까지 시험가동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셀(한화큐셀)→모듈(한화솔라원)→발전설비(한화큐셀) 등 태양광 사업의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사업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한화는 2008년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면서부터 수직 계열화를 추진했다. 한화솔라원이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한화큐셀이 독일 큐셀을 인수한 것은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화 측은 업황이 상승세를 타면 수직계열화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수직계열화를 갖춘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며 “사업 고리 중 한 분야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다른 쪽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상·하위 공정 간 거래비용 등을 절약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이에 따라 최근 태양광 산업이 조금씩 회복세를 타고 있는 점에 고무돼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가격이 회복되고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출입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올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태양광 시장이 연평균 4.6%씩 커질 것으로 봤다.

○OCI, 원료 품질 1위로 승부

OCI는 폴리실리콘 1등 기업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우현 사장은 “셀, 모듈 업체 등 OCI로부터 폴리실리콘을 사가는 고객사들의 영역까지 진출해 출혈 경쟁을 할 생각은 없다”며 “폴리실리콘 품질을 최고로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 4만2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 OCI는 독일 바커, 미국 헴록과 함께 글로벌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OCI의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경쟁사들에 10%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

OCI는 다만 미래 먹거리로 태양광 발전사업은 키워갈 계획이다. 태양광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발전사업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 400㎿급 태양광전력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근엔 서울 암사동 아리수정수센터에 5㎿급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서울에만 100㎿급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서재홍 태양광산업협회 부장은 “석유화학처럼 태양광 사업에도 수직계열화의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국내 태양광 기술수준이 높은 만큼 특정 공정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로 승부를 거는 전략 역시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로선 한화와 OCI,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얘기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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