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통계 찾아 삼만리

입력 2013-10-10 22:28
내주 중남미에 통계시스템 전수 세미나
애니깽처럼 韓-남미관계 가교역할 기대

박형수 < 통계청장 hspark23@korea.kr >


초등학교 때 TV에서 방영했던 만화 ‘엄마 찾아 삼만리’는 당시 어린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이탈리아에 살던 아홉 살 소년 마르코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미 아르헨티나로 일하러 간 엄마를 찾아 홀로 먼 길을 여행하면서 겪는 애환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담아낸 만화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해 보니 조금은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잘사는 나라였는데 왜 마르코의 엄마는 아르헨티나로 일을 하러 떠나야만 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만화의 시대적 배경인 19세기 후반 남미 국가들은 유럽과의 활발한 교역을 통해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경제 대국 중 하나였다고 한다. 1913년 아르헨티나 1인당 국민소득은 당시 최고 선진국이었던 영국 본토 1인당 국민소득의 90%에 근접했을 정도였다. 사정을 알고 나니 마르코의 엄마가 아르헨티나로 일하러 간 배경이 이해가 됐다.

우리에게도 영화 ‘애니깽’으로 알려진 가슴 아픈 남미 이민사가 있다. 애니깽(Henequen)이란 멕시코 선인장의 이름이면서 을사늑약이 체결된 해인 1905년 한국을 떠나 멕시코의 사탕수수·선인장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해야만 했던 한인들을 일컫는 용어다. 1905년 첫 이민 후 형성된 멕시코 이민 한인 1세대는 타향에서의 힘든 삶 속에서도 일제 강점기 조국의 해방을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는 등 독립을 후원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현재 3만여명의 애니깽 후손이 100년이 넘는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모국의 정서를 지켜오고 있고 현지에서 훌륭히 자리 잡아 한국과 남미 관계발전에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1주일간 통계청은 미주개발은행(IDB)과 공동으로 ‘중남미 통계역량강화 세미나’를 연다. 통계청은 세미나 이후 중남미 국가와 통계분야 협력 및 공적개발원조(ODA)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던 우리 애니깽과는 달리 만화 ‘엄마 찾아 삼만리’는 마르코가 심한 병에 삶을 포기하고 있던 엄마를 찾아 수술을 받게 하고 같이 건강하게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번 세미나가 대한민국의 선진 통계시스템을 남미 국가에 알리는 기회가 되고 중남미 국가들은 통계를 활용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을 찾아 돌아갈 수 있는 해피엔딩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형수 < 통계청장 hspark23@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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