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 찾아 해외로 해외로…
금융사 해외점포 353개…中·美·베트남 순
은행 외엔 아직은 수익 못내 '걸음마' 단계
“국내 금융시장은 좁다. 더 이상 먹을거리가 별로 없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
최근 금융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사 해외 진출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이들을 위한 해외 진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금융회사 사람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더 솔직하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금융시장은 포화 상태인 데다 저성장·저금리 탓에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모든 업권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면 평균 2%포인트가량 마진이 남는데 동남아시아에서는 아직도 5%포인트 이상, 경우에 따라 10%포인트까지도 마진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점포는 모두 353개다. 은행이 146개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금융투자업계 112개, 보험이 81개, 기타 24개다. 진출한 지역은 대동소이하다. 전체 해외 점포 중 대부분(69개)이 중국에 있다. 그 다음은 미국(53개)이다. 베트남(40개) 홍콩(37개) 일본(24개) 영국(24개) 순이다. 상위 6개국에 70%가 나가 있다.
과거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위주로 점포를 내던 것이 최근엔 동남아시아 등으로 타깃을 바꾸는 추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고 CEO 등 고위 관계자들의 의전을 주로 담당했다”며 “동남아 등에 진출하는 것은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많지 않다. 은행 해외 점포는 작년 6억3600만달러의 수익을 냈지만 나머지 업권은 모두 손실을 봤다. 과거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의 BCC은행을 인수했다가 1조원가량 손실을 본 것이나, 삼성증권이 홍콩에 진출해 실패한 것 등은 여전히 회자되는 ‘반면교사’다.
금융회사들의 해외 영업 모델도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로 동포 대상 영업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금융회사에 대표적인 ‘격전지’다. 현지인을 상대로 하는 영업으로 격전을 벌이는 게 아니고, 현지에서 돈을 번 한국인 사업가 등을 대상으로 서로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인도네시아의 한 은행 법인장은 “현지인을 상대로 돈을 번다는 것은 아직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어에 능통한 사람도 거의 없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도 부족하다. 2~3년 단위로 순환근무를 하는 체제에서 전문성을 쌓기도 어렵다. 이미 오랫동안 해외 네트워크를 굳혀 온 중국계나 일본계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일쑤다. 현지인에게 글로벌 금융회사가 아닌 한국계 금융회사는 이방인에 가깝다. 말이 통하고 한국 금융회사에 익숙한 동포 상대 영업에 안주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길은 해외에 있다는 게 국내 금융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최근 들어 주요 금융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아문센 방식’을 각각 경영 화두로 내걸고 동남아시아 등의 시장을 집중 공략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말까지 중국과 홍콩 등 7개국에 ‘아시아 금융벨트’를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KB금융그룹도 10개국에 16개 네트워크를 갖추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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