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소설 '무녀도', 뮤지컬로 만나볼까

입력 2013-10-08 17:07
수정 2013-10-09 00:25
1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서 공연
지난달 경주 초연에서 전 회 매진 기록 눈길



소설가 김동리(본명 김시종·1913~1995)의 대표작 ‘무녀도’를 뮤지컬로 만난다.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이 김동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 ‘무녀도동리’가 오는 1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경주문화재단이 경주시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공연으로 개발한 뮤지컬이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경주 출신 작가 김동리가 경주를 배경으로 쓴 소설을 2년간의 제작 준비기간을 거쳐 뮤지컬화했다. 지난달 3~8일 경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초연돼 ‘전 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2000년대 들어 뮤지컬이 각광받기 시작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문화상품 개발 차원에서 ‘향토 뮤지컬’을 앞다퉈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작품이 지역을 벗어나 국내 뮤지컬의 메카인 서울 무대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울에서 공연해도 2~3회 단기 초청 공연이 고작이다. 지역적 색채가 강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상품성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대부분인 탓이다.

‘무녀도동리’가 향토 뮤지컬로는 예외적으로 서울에서 장기 공연을 하게 된 것은 올초 국립중앙박물관 기획공연 공모사업에 당선된 결과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과 한글박물관 개관(2014년)을 기념해 기획한 ‘한글문학극장’ 첫 작품으로 지난달 극단 목화의 음악극 ‘봄봄’을 올린 데 이어 두 번째 공연으로 ‘무녀도동리’를 선택했다.

작품을 연출한 엄기백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은 “작품 제목은 ‘무녀도 by 동리’란 의미로 다소 딱딱한 원제목에 경쾌한 리듬감을 부여하고 궁금증을 유발한다”며 “원작의 경주 말씨를 제대로 살려 우리말의 다양성과 생동감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은 무당 모화와 기독교인이 된 아들 욱이의 대립과 충돌을 그린 원작 소설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 어느 날 경주 최부자댁에 당나귀를 탄 낭이와 그의 아버지가 찾아온다. 최부자 앞에서 낭이는 ‘무녀도’를 그리고, 그림의 주인공인 무당 모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엄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현대적인 공연 양식으로 종교적 대립과 신·구세대 갈등 등 원작의 내용을 반영하면서도 우리 시대의 가치관을 짚어볼 수 있는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다”며 “경주지방의 굿과 소리와 리듬을 재연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른 느낌의 음악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두 시간가량 진행되고 ‘길’ ‘다음 생에는’ ‘다시는’ 등 24곡의 노래가 흐른다. 최지은이 대본을 쓰고, 차경찬이 작곡했다. 가야금 해금 건반 첼로 바이올린 기타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로 편성된 12인조 밴드가 음악을 연주한다. 굿과 놀이 장면에선 네 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직접 무대에 선다. 김선경 노현희 김수용 등 뮤지컬 배우와 박선미 정혜영 등 경주시립극단 배우를 비롯해 40여명이 출연한다.

공연 시간은 화요일 오후 8시, 수~금 오후 2시, 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관람료는 3만~5만5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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