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금빛은빛 제주가 출렁인다

입력 2013-10-06 17:45
수정 2013-10-07 01:51
억새의 천국 제주



절정을 향해 치닫는 제주의 가을은 하얗게 흔들리는 억새 속에 숨어 있다. 중산간 들녘에 바람이 불면 은빛 억새는 재빨리 몸을 눕힌다. ‘제주의 가을은 억새로 물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름에도, 굼부리에도, 해안도로가에도, 제주는 온통 억새가 점령했다. 억새는 빛과 바람, 시간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파란 하늘에 잇대어 땅을 점령한 억새를 최고로 치는 이도 있고, 석양 무렵 황금빛 옷으로 맵시를 부린 억새를 사랑하는 이도 있다.

○억새 관광 1번지, 산굼부리

제주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산굼부리다. 조천읍 비자림로에 있는 산굼부리는 익히 알려진 관광지이지만 특히 가을이면 빼놓을 수 없는 억새 관광지다. 원래 산굼부리의 굼부리는 분화구를 뜻하는 말이다. 아득히 먼 옛날 화산이 폭발하고 대지가 식으면서 분화구만 남아 이제는 수채화 같은 자연이 됐다. 태고의 숨구멍에는 바람이 일고 햇살 좋은 날이면 은백색의 억새가 살랑인다. 산굼부리는 대형 화구를 가진 특이한 형태의 기생화산이다. 드넓은 들판 한군데가 푹 꺼져 들어가 구덩이가 됐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평원 한가운데 파인 분화구의 모습은 대단히 이채롭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곳곳에 산재한 화산탄을 관찰해보는 것도 재밌다.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따라비오름(해발 342m)도 매력적인 억새 명소다. 오름 전체가 억새로 물든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비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화사한 매력을 자랑한다. 억새들이 날씨와 시각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억새가 만발할 때 한쪽 능선에서 다른 쪽 능선을 보면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새별·다랑쉬 등 오름은 억새천국

애월읍 봉선리의 새별오름(519m)은 온몸을 불살라 별이 되는 오름이라고 했다. ‘새벽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 바로 새별이다. ‘샛별’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어 효성악(曉星岳) 또는 신성악(晨星岳·新星岳)이라고도 부르며 오름의 형태가 새가 날아가는 듯하다 해서 조비악(鳥飛岳)이라는 이름도 쓴다. 제주도 방언으로 ‘새벨오름’ 또는 ‘새빌오름’이라고도 한다. 새별오름의 넓이는 52만2216㎡, 둘레는 2713m, 높이는 519.3m이다.

공사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 새별오름이 거대한 장벽처럼 다가온다. 황량한 주변 벌판 곳곳에는 풀을 뜯는 말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승마 체험시설이 오름 바로 아래에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다. 주변 목초지에 방목된 말들만이 풀을 뜯으며 여행자들을 반긴다. 오름 주변으로는 트레킹 코스가 잘 가꿔져 있어 정상까지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다. 중간에 다소 가파른 지점이 나오지만 억새밭의 풍광에 취해 ‘놀멍 쉬멍’ 걷다 보면 20~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한라산의 거대한 곡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이달이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군이 이어지면서 바다 건너 비양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석양 무렵이면 새별오름은 더 아름다워진다. 서쪽 바다, 비양도 너머로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은빛으로 반짝이던 억새꽃 무리가 석양을 받아 화려한 황금빛을 뿜어낸다. 곶자왈에 있는 에코랜드도 빼놓을 수 없는 억새 명소다. 숲이라는 의미의 ‘곶’과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모양을 일컫는 ‘자왈’이 합쳐진 곶자왈은 독특한 풍광만큼 억새군락도 장관이다. 테마파크가 만들어져서 자연 그대로의 느낌은 많이 지워졌지만 에코랜드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억새는 제법 낭만적이다.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오름도 정상에서 조망하는 억새 물결이 비경을 선사하는가 하면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 부근과 애월읍 이시돌목장, 한라산 어리목 사제비동산 일대 등에서도 온몸으로 가을을 토해내며 춤을 추는 은빛 억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제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억새 관광의 포인트인 오름은 대개 동쪽과 서쪽에 몰려 있다. 성산일출봉 근처에선 잘 알려진 용눈이오름과 백약이오름, 따라비오름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새별오름은 남쪽에 가깝지만 최근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오름이었다. 산방산 근방에 있는 군산오름의 경관도 뛰어나다.

새별오름처럼 제법 가파른 오름도 있지만 대개의 오름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제주에는 모두 368개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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