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을산이 부르지만

입력 2013-10-04 17:51
수정 2013-10-05 00:47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세상만사 그렇지만 산도 그렇다. 산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계절이 됐지만 세상에 만만한 산은 없다. 더 높은 하늘, 맑은 공기, 능선의 신선한 바람, 계곡의 물소리, 형형색색으로 치장하는 나뭇잎, 추일서정이 깃든 가을꽃들…. 하지만 가을 산에 여유나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기야 유혹의 향기 뒤에 감춰진 치명적인 위험도 가을 산에서 더욱 높을지 모른다.

산 꽤나 다녔다는 이들은 이제부터 설악의 공룡능선을 꿈꿀 것이다. 벌써 능선을 따라 단풍이 완연해졌다고 한다. 이 가을 화대종주를 별러온 이들은 지리산 쪽으로 바라볼지 모른다. 백두대간 마니아들은 미탐사 준령코스를 찾을 테고…. 몰리는 인파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서울을 에워싼 불수도북의 능선과 계곡들도 얼마나 멋진가. 산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는 10월이 익어간다.

하지만 하늘이 청명하고 산공기가 맑은 날일수록 계곡안은 더 어두운 법이다. 준봉들이 압도할수록 거목 우거진 골 아래엔 어둠이 빨리 내린다. 깊은 계곡에선 별들이 더 일찍 선명해지는 게 가을 산의 역설이다. 꼬마 전등을 비추며 재촉하는 초저녁 하산은 푸근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가을 산의 넉넉함과 풍광을 제대로 즐기려면 안전준비를 잘 해야 한다. 무엇보다 본인 체력으로 감내할 만한 등산길을 찾고 코스를 숙지한 채 시작해야 한다. 산에서 길 표시는 아래와는 완전히 다르다. 등반로가 아닌 길로는 아예 들어서지 말 일이며, 가급적 해가 남았을 때 하산하도록 계산하는 게 좋다. 여벌옷 외에 손전등, 무릎보호대와 스프레이 파스, 간단한 비상먹거리와 여분의 물은 언제나 필수다.

준비하고 조심해도 변화무쌍한 것이 산이다. 교만하지 말라고, 방심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인지 모른다. 지난 주말에는 북한산의 한 능선에서 장비없이 바위를 타던 등산객이 실족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는 꽤 알려진 중견 기자였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서울지역에서 등반 중 사망자가 105명이나 됐다. 북한산에서만 34명이 각종 사고를 당해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워낙 많은 이들이 북한산을 찾다보니 사고도 많은 것이겠지만 잘 아는 산이라 해서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산에서 사고를 내는 사람은 대부분 왕초보가 아니라 산을 좀 탄다는 준고수 이상이라는 얘기도 새겨들을 일이다. 지난 여름에는 일본까지 원정 산행을 나섰던 한국인 노(老)등산객들이 기상악화로 사고를 당한 일도 있었다. 아름다운 단풍의 산행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유달리 하늘이 높다. 이번 주말엔 등산화를 꺼내 먼지라도 털어보고 싶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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