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블랙 스완' 시대…차라리 위기 즐겨라…거친 파고 거쳐야 조직이 단단해진다

입력 2013-10-03 17:38
수정 2013-10-03 23:17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756쪽 / 2만8000원

"동네 식당 망해도 요식업은 발전"
충격 견디다보면 전체 시스템 안정


압력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 뼈의 골밀도는 더욱 높아지는데, 1892년 이런 현상을 논문으로 발표한 독일 의사 이름을 따서 ‘볼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비행기 사고는 다음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그렇지 않았더라면 일어났을 더 큰 선박의 침몰을 막는 데 기여했다. 축구장까지 쫓아가서 아이를 돌보는 ‘사커맘’이나 헬리콥터맘이 키운 아이보다는 스스로 불편과 시행착오를 견뎌낸 아이의 경쟁력이 더 강하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무엇이 안정적이고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 무엇이 진정으로 강한 것인가.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에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번에 번역해 출간한 《안티프래질》에서 “세상의 많은 것들이 스트레스와 무질서, 가변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며 “불확실성과 무질서, 가변성, 무작위성 등을 피하지 말고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상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 파급 효과를 갖는 현상을 이르는 개념이다. 이 책은 이런 ‘블랙 스완’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처방으로 ‘안티프래질’이란 개념을 내민다.

안티프래질이란 ‘나약한, 깨지기 쉬운’이란 뜻의 영어 ‘프래질(fragile)’에 부정 접두사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하지만 안티프래질은 단지 ‘부서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강해지는 성질 또는 상태, 현상을 의미한다.

탈레브는 아무리 정교한 계산 방법을 동원해도 미래에 다가올 충격의 위험과 확률은 예측할 수 없다며 대신 어떤 것(대상)의 상태가 프래질인지 안티프래질인지를 탐지해 이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대상을 프래질, 강건함, 안티프래질의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라는 것. 예컨대 경제위기가 닥치면 A은행이 B은행보다 더 프래질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면 군사독재 정권이 민주적 정부에 비해 더 프래질하다고 할 수 있다. 20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도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시 은행 시스템과 기관들의 프래질을 탐지한 결과일 뿐이라고 탈레브는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정치, 경제시스템, 기업, 전쟁, 금융, 의학, 도덕, 문화, 법률시스템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를 망라하면서 안티프래질하기 위한 방법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의 제안은 사실 단순하다. 스트레스나 가변성, 불확실성, 무질서 등을 피하지 말고 적극 활용하라는 것.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를 정도까지 바벨을 들어올려야 하고,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이 혁신이다. 반대로 안정은 리스크 축적을 의미할 뿐이다. 항공기 자동화로 인한 편안함이 조종사의 도전정신을 희석시키고, 사커맘은 아이의 성장을 오히려 방해한다.

저자는 이런 안티프래질의 특성을 보다 넓은 시야와 긴 안목으로 조망한다. 시스템 내부의 일부 구성요소는 시스템 전체를 안티프래질하게 만들기 위해 프래질해야 한다는 것. 지금 막 시작하는 기업의 프래질은 경제 전체의 안티프래질을 위해 필요하다. 개별 레스토랑은 프래질하지만 식당업계 전체는 이로 인해 안티프래질해진다.

그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제4회 한경 마켓인사이트 포럼에서 “매초, 매분 기업들이 부도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실패에 대한 내성을 강조했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본문만 700쪽에 가까운 이 책에서 저자는 방대한 분야를 누비며 전방위적 사례와 이론, 사상을 들이대고, 이를 통해 변화와 충격을 통해 안티프래질한 체질을 갖추는 길을 안내한다. 지적 유희라도 즐기듯 장황한 설명이 독서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독창적 관점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즐거움을 넘어서지는 않을 정도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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