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만 제대로 읽어도 사업에 활력이 보인다

입력 2013-10-03 14:11
경영학 카페

휴대전화 변화 추이 못 읽은 노키아의 몰락은 '반면교사'

현실과 거리두고 관찰 노력을


“아빠는 왜 녹색 신호등을 보고 파란불이라고 해요?” 호기심 많은 아이가 질문을 한다. 그제야 운전하던 아빠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잣말을 한다. “그러게 말이다. 내가 색맹도 아닌데.”

한국인 중에 ‘습관성 색맹’이 꽤 많다. 어릴 적 신호등을 빨간불, 파란불로 부르던 습관이 있어 나이가 들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고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이런 습관성 색맹을 포함한 ‘습관성 시력장애’는 우리도 모르게 시야를 좁혀 놓는다. 특히 트렌드 산업 종사자에게는 직업생명을 단축시키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문제는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트렌드를 중시하는 산업, 즉 패션·연예산업 등의 종사자만 습관적 시력장애를 걱정하면 됐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거다. 이제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 디자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트렌드를 무시하고는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게 됐다.

전자기기가 액세서리화하는 경향을 예로 들어보자. 전자업체들이 서로를 벤치마킹하면서 전자제품 기능이 비슷해지자 소비자는 모양과 색 등의 디자인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를 선도한 애플의 경우 구매자들은 이 회사 제품이 ‘폼난다’는 이유로 기꺼이 구매를 결정했다. 애플이 만들어낸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노트북의 통일된 디자인과 사용 경험은 소비자들을 묶어 두기에 충분했다. 최근 애플의 혁신 엔진이 약해졌다는 비판에도 신형 아이폰의 첫주 판매량이 900만대에 가깝다니 트렌드를 읽어내는 애플의 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 트렌드는 그나마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산업의 근본을 바꾸는 트렌드는 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육체의 눈이 아닌 통찰의 눈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열리던 시기에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 휴대전화’로 여겼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기능을 갖춘 모바일 PC’를 기대하고 있었다. 통신기기에서 컴퓨터로 변해가는 휴대전화기의 변화 트렌드를 읽지 못한 통찰 부족의 대가는 결국 거대 기업 노키아의 몰락이었다.

트렌드 시력장애가 비난거리는 아니다. 우리 모두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일수록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하지만 돌아보면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안다.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트렌드를 발견하려면 일부러 현실과 거리를 두고 낯선 시각으로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기억할 것은 파란 신호처럼 선입관을 가지면 관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미국인 동료가 한글을 배운다면서 한국어로 숫자 세는 법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들어보니 하나, 둘, 셋과 일, 이, 삼이 헷갈린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쉬운 일, 이, 삼만 알아두면 된다고 했더니 한국인이 이 둘을 섞어 사용해서 알아듣기 힘들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는 나의 항변은 그의 외국인다운 통찰 앞에 무너졌다.

한국인은 ‘한 시 이십 분’이라고 시간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숫자 세는 법을 통일해서 ‘일 시 이십 분’ 하든가, ‘한 시 스무 분’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시는 하나, 둘로, 분은 일, 이로 세느냐고 그 친구가 물었을 때 필자는 할 말이 없었다. 이것이 낯선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한 사람들의 통찰이다.

현실과 거리두기를 통해 발견한 관찰거리를 주제별로 묶어내면 트렌드가 보인다. 기존 상품에 새로운 트렌드를 가미하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여성 운전자가 증가하고 내비게이션이 대중화하면서 미숙한 운전자의 사고가 늘어난다면, 운전자의 자기방어라는 필요를 읽어낼 수 있다. 여기에 범죄 예방을 위한 폐쇄회로TV(CCTV)가 결합해 만들어진 차량용 블랙박스는 2012년 10대 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커지고, 템플 스테이가 인기를 누리고, 오토 캠핑장에 예약이 찬다면 그것은 ‘일상을 떠난 느린 삶’이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다.

트렌드만 제대로 읽어내도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신상품이라는 것이 반드시 신개념과 신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익숙한 것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 트렌드를 반영하면 충분히 신선해 보일 수 있다. 어느 자동차 광고는 소비자에게 “시동을 끄고 빗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재빠른 이동수단으로만 여겨지던 자동차에 느린 생활의 여유라는 트렌드를 입히자 차는 전혀 새롭게 느껴진다. 이제 새로운 눈을 뜨고 트렌드를 바라보자. 트렌드만 제대로 읽어도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테니.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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