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응시 수십만명…中企는 빈자리 27만개

입력 2013-10-02 17:17
수정 2013-10-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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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취직 약속하면 정부가 장학금 주기로…"근본 해결책 아니다"


#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조일공업의 김유성 사장은 요즘 사람 구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 회사는 52명의 근로자가 공장 두 개를 돌리고 있다. 김 사장은 “일손이 10명 정도 모자라는데 아무리 광고를 해도 온다는 사람이 없다”며 “신문사에서 좀 사람을 구해 달라”고 말했다.

경기도 반월단지 내 염색업체인 장유의 이병학 사장은 “어렵게 뽑아 놓아도 한 해 50~60명씩 빠져 나간다”며 “주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웃돈을 주고 데려가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단지 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오다 보니 임금만 올라 경영이 더 힘들어진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17일 오후 2시 컴퓨터 서버가 다운됐다. 하반기 채용원서 접수 마감 시간에 구직자들이 한꺼번에 홈페이지에 몰린 탓이다. 회사는 이후 두 차례 더 원서를 접수했다. 구직자가 몰리면서 컴퓨터가 멈춘 곳은 지난달에만 LG전자, LG유플러스, 포스코그룹 등이다. 올 하반기 대졸 공채에서 5500명을 뽑는 삼성그룹에는 지난해보다 2만명 늘어난 10만명이 몰렸고, 대한항공도 200명 모집에 2만5000명이 지원했다.

하반기 취업 시즌을 맞아 기업들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소기업은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사람 빼오기 싸움을 벌이는 반면 대기업은 엄청나게 쌓인 입사 지원 서류와 씨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산업기능요원 확충(2017년까지 5500명) △중소기업 취직을 조건으로 대학 장학금을 지급하는 희망사다리 장학금제 도입(올해 1800명 대상) △산업단지 내 공동기숙사 설립 등을 담은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 대책’을 2일 내놨다. 중소기업에 산업기능요원 같은 공공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해 일손 부족을 덜고, 생산 현장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 지원자가 많이 오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나온 대책이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오상봉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중소기업 수급 불균형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빚어진 결과인 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등 7개 부처에서 따로따로 추진 중인 인력 관련 정책을 어느 곳에선가 총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정책의 타깃을 분명하게 정하고 보다 과감한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정인설/김낙훈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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