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시로 ABCP 팔았는데 피해 책임 우리한테 떠넘기나"

입력 2013-10-02 17:16
수정 2013-10-03 02:06
동양증권 직원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철회하라" 집단 반발

노조, 법원에 철회 탄원서…금소원, 동양그룹 檢 고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동양시멘트가 시장 예상을 깨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발행된 1565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양시멘트가 지난 1일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금이 묶인 피해자만 4700여명에 이른다. ABCP를 판매한 동양증권 직원들은 “우리만 책임을 질 수 없다”며 경영진에게 법정관리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 일각에선 ABCP 발행 과정에서 경영진의 배임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일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지난 7월과 9월 7차례에 걸쳐 ABCP 1565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물량은 대부분 동양증권 전국 지점을 통해 개인투자자 4700여명에게 팔았다고 동양증권은 설명했다. (주)동양이 SPC를 만들면 이 SPC가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잡고 신용을 보강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구조다. 담보를 제공한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이 채권은 대부분 떼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식이 담보로 있어 법원으로부터 보상받는 비율은 일반 CP보다 다소 높을 전망이다.

동양증권 직원들은 ABCP 발행 당시 동양시멘트 신용등급이 ‘B-’로 계열사 중 양호한 편인 데다 재무구조가 탄탄해 이를 담보로 한 상품을 믿고 고객에게 판매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티와이석세스’라는 이름의 SPC는 지난 7월 말 ABCP 600억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9월에는 6차례나 내놨다. 추석 명절 직전인 지난달 16~17일에도 발행했다. 시장에선 법정관리 신청을 열흘가량 남겨두고 자금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품을 판매하도록 한 동양그룹 경영진에게 도덕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동양시멘트의 예상 밖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 상품을 판매한 동양증권도 비상이 걸렸다. 동양증권 노동조합은 이날 법원에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해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하며, 이 ABCP 발행과 판매를 지시한 동양그룹 경영진의 책임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상적인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이 상품을 판매한 동양증권과 고객이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ABCP를 판매한 동양증권 역시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지주회사인 (주)동양을 비롯한 그룹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는 “동양증권도 피해자인 만큼 향후 법정관리 과정에서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법정관리 5개사의 2조3000억원 규모 회사채·CP에 대한 불완전판매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정 대표를 비롯한 동양증권 경영진은 피해자들의 대규모 집회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부산을 급히 방문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가 많은 부산에서 동양증권 회사채와 CP 관련 피해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동양그룹과 동양증권의 회사채와 CP 사기판매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동양증권이 불완전판매했다는 신고가 1만5000건 넘게 접수된 데다 동양그룹 경영진이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동양증권을 이용한 것, 분식회계 의혹 등이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금소원은 또 다음주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제도를 청구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 대응 요령 "CP 불완전 판매 피해자 계약서·전단 챙겨 신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한 동양증권에 대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요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설치한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지난 1일까지 1800여건의 동양 회사채·CP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금소원에는 1만5000건이 들어왔다. 금감원 신고센터는 분쟁조정을 통해 금융당국이 회사와 고객 간 합의를 권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고, 금소원은 피해를 통해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의 기본 구조나 원금 손실 여부 등 주요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부당하게 금융상품을 권유해 판매한 경우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의 회사채나 CP 상품을 살 때 작성했던 계약서와 광고문, 전단, 안내장 등의 자료를 찾아서 확보한 뒤 금감원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 직원이 상품 내용을 사실 그대로 설명해줬는지, 과대광고나 원금보장 약속이 있었는지 등 가입 당시의 상황을 정리해두고 관련 자료도 보관해둬야 한다. 자료가 확보됐으면 금감원의 홈페이지(www.fss.or.kr)나 전화(국번없이 1332)를 통해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신고하면 되고 지방은 금감원 지원과 출장소·사무소에 하면 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AB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유동화전문회사가 발행하는 기업어음(CP)의 일종이다. 안정적 자산을 근거로 발행되는 데다 단기상품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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