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안보협의회 회의
구체적 전환시기는 합의 못해
재정압박 시달리는 미국
방위비분담·MD편입 조건 걸 듯
한국과 미국이 2015년 한국에 넘기기로 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연기 가능성만 열어 놓은 데 그쳐 구체적인 전환시기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일 서울에서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를 열고 전작권 재연기 필요성에 공감하고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조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유사시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해 양국 지상·해상·공중의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완성했다. 두 장관은 이 같은 합의내용 등을 담은 13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 헤이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제기하는 (재연기)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이라는 것은 항상 조건이 전제돼 왔다”며 “현재 (전작권과 관련된) 조건을 검토하고 있고, 또 조건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반도의 제반 안보 상황과 여기에 대한 대비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조건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전환 시기는 양국 협의를 거쳐 어느 시기가 가장 적합할지를 합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공동실무단 구성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전환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위협 수준이 높아지면서 5월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작권 재연기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제 2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SCM에서도 재연기에 대한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협상카드로 내세워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등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 장관의 이날 서명으로 발효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핵위기 상황을 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했다. 단계별로 외교·군사적인 대응방안을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사용임박 단계에선 군사적인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개념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북한 핵위협 시나리오별로 효과적인 억제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 실효성과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를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미국의 MD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 “한국의 MD 시스템이나 미국의 MD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며 “다만 지휘통제 등에서 상호 운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MD 지휘통제체계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MD 참여는 한국이 미국 영공 방어까지 참여해야 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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