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비실' KTB·알파에셋운용, 펀드 종목 너무 자주 바꾸는데…

입력 2013-10-01 17:26
수정 2013-10-02 00:52
회전율 1000% 넘기도…거래비용 늘어 수익률 하락…비용은 가입자가 떠안아
계열 증권사에 '일감몰기' 의혹


KTB자산운용 알파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이 펀드 내 편입 종목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종목 교체가 잦을수록 거래비용이 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 하락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가 1일 내놓은 매매회전율 비교공시에 따르면 알파에셋자산운용의 6월 말 기준 연환산 회전율이 1151.5%로 최고치였다. 이 회사의 수탁액은 2조7000억원 규모다.

운용사별 회전율은 각 펀드의 연환산 주식매매 회전율을 해당 분기의 주식평가액 평균 잔액으로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회전율이 1000%란 것은 이 기간에 펀드 자산의 10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고팔았다는 의미다. 임종헌 알파에셋 자산운용본부장은 “채권과 주식을 혼합한 펀드가 대부분인데 시장 변화에 따라 주식 비중을 많이 낮추곤 한다”며 “주식 비중을 줄인 상황에서 편입 종목을 교체하다보니 회전율이 높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 계열사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회전율도 높았다. 총 854%로, 알파에셋 뒤를 이어 두 번째였다. 드림자산운용(617.5%) 유진자산운용(493.4%) 메리츠자산운용(422.4%) 현대자산운용(388.3%) 등의 회전율도 전체 평균(272.6%)을 크게 웃돌았다.

중견 운용사 중에선 KTB자산운용의 매매회전율이 492.1%로, 500%에 육박했다. KTB운용 관계자는 “매매빈도에 대한 고려 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다수 출시하다보니 전체 평균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펀드마다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지만 회전율이 높은 운용사의 펀드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통설이다. 단기 투자 위주인데다 거래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고회전율 운용사의 지난 1년간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니 드림운용(-7.48%) 메리츠운용(-5.28%) KTB운용(-2.78%) 유진운용(-0.85%) 현대운용(-0.67%) 등으로 저조했다.

특히 이들 운용사 중 일부는 모그룹 계열 증권사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컨대 KTB운용이 관계사인 KTB투자증권을 통해 주식을 사고판 비중은 48.9%로, 절반에 가까웠다. 현대운용도 계열 증권사(현대증권)를 통한 매매비중이 44.6%였다. 금융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같은 그룹 내 증권사를 통해 펀드 자산을 자주 사고팔면 관계사를 편법 지원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런 주식 매매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운용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펀드별 주식 매매비용은 10~20bp(1bp=0.01%p) 수준이다.

반면 각 펀드 수익률이 장기간 최상위권을 달려온 자산운용사들의 매매회전율은 낮은 편에 속했다. KB자산운용(74.5%) 트러스톤자산운용(83.2%) 신영자산운용(104.7%)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128.8%) 등이 대표적이다.

송성엽 KB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좋은 주식을 사서 장기 투자하는 게 꾸준한 수익률을 내는 관건”이라며 “처음부터 종목 선택을 잘하면 회전율이 높아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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