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자율협약' 서 '법정관리' 선회 왜?

입력 2013-10-01 17:22
수정 2013-10-02 01:46
해체 수순 밟는 동양그룹

자율협약 갔다가 경영권 박탈
강덕수 STX 회장 전례도 영향



동양그룹이 1일 모태 기업인 동양시멘트에 대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금융권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카드였다. 동양시멘트는 삼척화력발전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의 최대주주(55.02%)다. 부채비율도 190%대로 다른 계열사에 비해 현저히 낮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어음(CP)도 거의 발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날 “동양시멘트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동양시멘트에 3800억원가량의 여신을 갖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자율협약 방안을 짜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며 “(시멘트 법정관리는) 사전 상의가 전혀 없던 급작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동양에서는 동양시멘트 법정관리가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현재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고 강조했다. 동양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자산을 팔아도 채권단에 우선 들어가게 된다”며 “개인투자자들까지 함께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공정한 처분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기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동양네트웍스까지 이날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동양의 이번 조치는 계열사 중 가장 유망한 동양시멘트를 되찾기 위한 장기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회사를 되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협조했다가 자율협약 개시와 함께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쫓겨난 전례도 동양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은 산은이다. 동양 관계자는 “산은은 자신들의 대출은 모두 담보를 잡아 놓고 신규 지원은커녕 자금을 회수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며 “그런 산은을 믿느니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고 말했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현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을 맡아 경영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기존 관리인 유지(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에 기대를 걸겠다는 것이다. 동양시멘트가 있는 삼척지역 연고가 확고한 데다 경기고·서울법대를 나온 전직 검사 출신 현 회장의 법조 인맥을 활용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회사가 정상화돼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 경영권을 되찾아 오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 일가가 재기의 구심점으로 삼기에 동양네트웍스는 너무 작은 회사”라며 “가능하면 실질적인 삼척화력발전 사업자이자 대표 계열사인 동양시멘트를 지키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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