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오르지…달러 투자자 '울상'

입력 2013-10-01 17:17
수정 2013-10-01 22:24
6월 이후 환율 내리막에 달러화 RP 투자자 '손실'…"원화 강세 당분간 지속"


40대 주부 박모씨는 요즘 환율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울상이다. 박씨는 지난 6월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2000만원을 가지고 미국 달러화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 미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시사하는 등 향후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달러화 RP 금리는 연 1%로 정기예금보다 낮지만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적잖은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6월 하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환차익은커녕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됐다.

○원·달러 환율 석 달 새 7.8% 하락

지난 5월 Fed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 시사 이후 달러 강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해 달러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6월24일 달러당 1163원50전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1일 달러당 1072원50전으로 7.8% 하락했다. 미국 증시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수익률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달러화 강세에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은행 달러화 예금과 증권사의 달러화 RP를 들 수 있다. 또 AIA, 알리안츠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납입금을 달러화로 바꿔 운용하는 달러표시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증권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정해진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자산가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자사 ‘KOSEF 달러 선물’ 및 달러 선물에 투자해 1.5배 레버리지로 가격이 변화하는 ‘달러 1.5배 레버리지’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별도 환헤지를 하지 않는 미국 펀드와 미국 증시 상장 ETF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달러화 RP와 미국 ETF다. 달러화 RP는 6월 말 4412억원에서 9월 말 5788억원(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3사 집계)으로 최근 급격히 예탁액이 늘었다. 미국 ETF도 해외 투자 대안으로 올 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이들 상품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기를 끈 미 국채금리 인버스 ETF는 양적완화 축소 연기에 달러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한 달 새 5~6.5%가량 손실을 봤다.

○달러 약세 당분간 지속

상당수 전문가는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 데다 지난 3개월간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증시를 중심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한국의 경기 회복을 바라보고 들어온 장기 투자 자금으로 보인다”며 “해외 경제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 당국 개입 등을 감안하더라도 환율이 달러당 1080원 선에서 더 이상 상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 봤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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